주말 사이 잇따른 구조 출동
7월 첫 주말, 강원 설악산 국립공원에 구조대의 비상이 걸렸습니다. 토요일인 4일 오후부터 일요일인 5일까지 추락과 탈진, 마비 증세 등 산악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소방과 국립공원 특수구조대가 분주하게 움직였습니다. 특히 60대 남녀 등산객이 각각 중상을 입은 추락 사고가 연이어 일어나면서 탐방객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4일 오후 2시 55분쯤, 속초시 설악동 희야봉 암벽 구간에서 60대 남성이 낙석에 맞아 10m가량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이 남성은 머리와 허리 등을 크게 다쳐 헬기를 통해 원주의 대형병원으로 긴급 이송되었습니다. 이어 5일 오전에는 인제군 두문폭포 인근에서 60대 여성이 15m 계곡으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에는 양양군 용소폭포에서 80대 미국인 남성이 탈진했고, 인제군 봉정암 일대에서는 50대 여성이 마비 증세를 보여 각각 구조되었습니다.
헬기도 뜨지 못한 악천후
두문폭포 인근에서 발생한 60대 여성 추락 사고는 구조 과정에서 난관이 이어졌습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진 건 5일 오전 11시 40분경이었는데요. 여성은 다리 골절과 함께 계곡 바닥의 저체온증 증상을 보이는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기상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헬기가 현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결국 국립공원공단 특수구조대와 119구조대 등 총 28명의 인력이 현장에 투입되어 육상 구조를 펼쳤습니다. 구조대원들은 들것에 부상자를 실은 채 험한 지형을 지나 약 7시간가량의 고된 이송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오후 6시 40분이 넘어서야 겨우 119구급대에 인계될 수 있었는데, 악천후 속에서도 구조대원들의 인명 수색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습니다. 장마철 산악 구조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여름 산행, 안전은 누구 몫?
이번 사고들은 대부분 미끄러운 암석 지대나 낙석 위험이 큰 구간에서 발생했습니다. 소방당국은 너덜지대와 급경사, 안전로프가 없는 슬랩 지대를 지날 때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희야봉 암벽에서는 낙석이, 두문폭포에서는 산행 중 미끄러짐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장마철 불안정한 기상은 구조를 지연시키는 변수로 작용했습니다. 산은 날씨가 급변하기 쉽고, 비가 온 뒤에는 탐방로가 극도로 미끄러워지는데요. 장마기에 산을 찾는 탐방객이라면 발밑을 충분히 살피고, 무리한 일정보다는 여유 있는 산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국립공원공단 관계자 또한 여름철 탐방로 안전수칙 준수를 당부하며, 기상 상황이 나빠질 경우 과감한 등산 중단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산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안전은 그날의 날씨와 탐방객의 준비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번 주말의 잇단 사고가 여름 산행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