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멈춘 수사, 국수본을 둘러싼 공방
전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A 경정의 구속영장이 21일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을 풀 열쇠로 여겨졌던 신병 확보가 무산된 것이다. A 경정은 강간살인 대신 일반 살인 혐의를 적용하고 사건을 분리 수사한 혐의를 받았으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성범죄와 살인 사건을 나눈 것이 국가수사본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며 윗선의 개입을 시사했다. 반면 국수본은 강간살인 적용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맞받아치며 공방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같은 날 검찰과 경찰 특별수사단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동시에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였습니다. 분리 수사를 지시한 상부의 존재를 확인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전수조사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검찰은 국수본 지휘관계자들의 휴대전화까지 확보하는 등 경찰 수사보다 한 단계 넓은 영역을 조사하고 있어 수사 주도권 경쟁도 엿보입니다.
'셀프 수사' 논란과 수사 공정성
특별수사단 자체가 국수본 소속이라는 점에서 제기되는 '셀프 수사' 논란도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국수본은 수사단에 과거 지휘부였던 형사국 인원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수사 독립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합니다. 특히 광주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계가 검찰 송치 이틀 전 광산경찰서에 내부 메신저로 분리 수사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형사팀이 세 차례나 병합 수사를 건의했음에도 묵살됐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검찰은 장윤기가 소지했던 휴대전화 공기계에서 '차량으로 여고생을 납치하고 싶다'는 내용의 SNS 메시지를 복원해 성폭행 목적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려 합니다. 오는 27일 세 번째 공판에서 고교 동창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입니다. 수사팀장은 이미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수감된 상태며, 다음 조사 대상은 전 광산경찰서장 B 경무관입니다.
경찰 신뢰 추락과 보완수사 논쟁
장윤기의 원룸과 차량에서 리얼돌과 케이블타이 등 성범죄 동기를 의심케 할 증거가 나왔음에도 경찰이 이를 살인 동기와 제대로 연결 짓지 못한 것은 단순 실수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이 거셉니다. 현직 경찰관인 피의자 아버지가 리얼돌을 훼손하고 휴대폰을 폐기한 정황까지 겹치면서 조직적 은폐 의혹이 가중됐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시민단체들은 부실 수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검찰 보완수사권 유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실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지난해 11만 건을 넘었고,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1%가 보완수사권 유지를 지지한 만큼 사회적 공감대는 이미 형성된 상태입니다. 향후 전 광산경찰서장 소환을 통해 어떤 진실이 드러날지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