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9000선 아래로 밀려나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삐걱대면서 국내 증시가 크게 출렁였습니다. 22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 넘게 하락한 8954선에 개장하며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9000선 아래로 밀려났는데요.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30원대에 개장하며 외환시장의 불안 심리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이번 하락의 직접적인 불씨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서 시작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해 추가 군사행동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양국 간 평화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에 매도에 나섰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9000억 원 안팎의 대규모 순매도를 기록했습니다.
협상장의 냉랭한 공기
갈등의 핵심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둘러싼 입장 차이입니다. 스위스에서 진행된 종전 양해각서 이행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 강도 높은 공습을 가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이란 측은 이에 맞서 대응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히며 협상은 약 80분 만에 정회되기도 했는데요.
사실 이번 협상은 양측이 13개 핵심 이슈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우라늄 농축권 문제와 제재 해제 조건 등 주요 안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헤즈볼라 문제까지 겹치면서 교착 상태에 빠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외신들은 협상이 완전히 파탄난 것은 아니라며, 양국이 비공식적인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하고 있어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엇갈린 시장 흐름과 변수
이날 시장은 지수별로 확연히 다른 얼굴을 보였습니다. 코스피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삼성생명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일제히 내리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보험과 증권, 운송 업종이 큰 폭으로 밀려났는데요. 반면 코스닥은 반도체 장비 및 부품주를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하락 출발 뒤 상승세로 전환했습니다. 주성엔지니어링과 원익IPS 등 소부장 업종이 강한 모습을 보인 겁니다.
당분간 시장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 수준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이번 주 예정된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가 반도체 업종의 주도력을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의 신중한 관망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