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6주기, 의미를 다진 자리
지난 10월 23일 경기 수원 선영에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6주기 추도식이 열렸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과 삼성 사장단이 함께했습니다. 별다른 공식 행사 없이 묵념과 헌화만으로 진행된 간결한 추모였지만, 묘소 앞 20분간 머문 사장단들의 모습에서 고인에 대한 깊은 존경이 느껴졌습니다.
이후 자리한 곳은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입니다. 이곳에는 이건희 회장의 흉상이 설치되어 있어, 사장단들은 식사를 함께하며 그의 업적을 되새기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합니다. 매년 추모 자체보다도 삼성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점검하는 시간으로 삼아온 것이죠.
신경영 선언이 만든 글로벌 삼성
이건희 회장이 1987년 부친 이병철 회장 별세 뒤 2대 회장에 오른 때, 삼성은 아직 한국 중심의 재벌에 불과했습니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신경영 선언을 내뱉으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품질 중심 경영과 인재 확보, 글로벌 시장 확대를 통해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겁니다.
2014년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간 투병 끝에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별세했습니다. 사후에도 이건희 컬렉션은 영국 박물관 등 해외 전시를 이어가며 문화유산 보존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이 단순한 전자회사가 아닌 예술과 문화를 아우르는 그룹으로 확장된 데는 선대회장의 영향이 깊게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불확실한 시대, 이재용의 '뉴 삼성' 비전
이번 추도식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이재용 회장이 사장단을 향해 전한 메시지였습니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말, 그리고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당부였습니다.
배경에는 삼성이 직면한 현실이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주가는 정체 상태이고, 글로벌 정세 불안이라는 외부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28일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열린 추모 음악회에는 세계적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고, 이재용 회장과 총수 일가, 임직원들이 함께해 고인을 기렸습니다. 과거의 영광을 기리는 자리를 넘어, 앞으로의 방향을 다시 한번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