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을 초월한 추모의 장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14개국에서 온 외국인 유가족 46명이 처음으로 한국을 공식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25일 참사 현장인 '기억과 안전의 길'을 찾아 헌화하고, 26일에는 서울 종로구의 추모 공간 '별들의 집'을 찾아 희생자들의 사진을 걸며 깊은 슬픔을 나누었습니다. 특히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외국인 희생자 7명의 사진이 새롭게 걸리며 유가족들의 애틋한 감정을 자아냈습니다.
이란 출신 아파크 라스트마네시의 어머니는 딸의 사진 액자 유리를 히잡으로 조심스럽게 닦으며, 마치 살아있는 딸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듯한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카자흐스탄 출신 희생자의 언니는 "동생이 아직도 그곳에서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며 울먹였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온 수잔나 에벤슨 씨는 "딸이 한국을 안전한 나라라고 믿었기에 이 참사를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슬픔을 토로했습니다.
함께하는 기억, 하나된 마음
한국 유가족들은 외국인 유가족들에게 '변치 않는 사랑'을 의미하는 보라색 리시안셔스 꽃을 전달하며 위로를 건넸습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송해진 운영위원장은 "각자의 나라에서 홀로 견뎌야 했던 고통이 더욱 컸을 것"이라며 깊은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란 출신 희생자의 고모는 한국 유가족들의 삭발 등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함께 추모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번 추모 행사는 참사 이후 처음으로 유가족과 정부가 공동으로 개최한 의미 있는 자리였습니다. 지난 25일 서울광장에서는 4천여 명의 시민과 유가족들이 함께하는 시민추모대회가 열렸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행정안전부, 서울시가 유가족협의회와 함께 행사를 주최하며 화합의 메시지를 강조했습니다.
진실 규명을 향한 지속된 요구
오는 29일 오전 10시 29분부터는 서울 전역에서 1분간 추모 사이렌이 울릴 예정입니다. 행정안전부는 이 조치가 "참사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경기도를 비롯한 지자체들도 도청사에 추모 깃발을 게양하는 등 범국민적인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외국인 유가족들은 이번 방문 기간 동안 특별조사위원회에 피해자 인정 신청서를 제출하고, 정부 공식 추모식에 참석할 계획입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희생자 유가족은 서울광장 추모대회에서 "특별조사위원회가 편견과 외압 없이 진실을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참사로 인한 슬픔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지만, 함께하는 마음이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과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 경비 인력 부족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용산구청장의 대통령실 인근 비판 전단 제거 지시가 사고 예방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현재 관련 재판은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시 중지된 상태입니다.
이태원 참사는 2022년 10월 29일 핼러윈 행사 당시 이태원역 일대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159명이 희생된 비극입니다. 외국인 희생자는 14개국 26명으로 전체의 약 16%를 차지합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유가족들은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번 외국인 유가족들의 방문이 국제적인 관심과 연대로 이어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