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금지 만료 직전 벌어진 참극
지난 11일 새벽 5시 38분경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아파트 앞에서 20대 김모씨가 흉기를 휘둘러 50대 장모를 살해했습니다. 김씨는 곧바로 20대 아내를 차량에 태워 강원도 양양으로 달아났고, 경찰은 약 7시간 만에 양양군 야산에서 김씨를 긴급 체포했습니다. 차 안에서는 20cm 길이의 송곳이 발견됐습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을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황은 다릅니다. 유족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2주 전부터 흥신소를 고용해 2천만 원을 지급하고 가족을 미행했으며, 사회복무요원 근무지에는 3주간 무단결근한 상태였습니다.
신고는 있었지만 보호는 없었다
사건의 배경에는 반복된 신고와 끊긴 보호 조치가 있습니다. 아내는 지난 8월 남편의 가정폭력과 협박을 경찰에 신고했고, 법원은 9월 30일까지 접근금지와 전기통신금지 임시조치를 명령했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경찰이 만료 직전 추가 임시조치를 신청했지만,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경찰은 김씨를 관계성 범죄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세 차례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그가 출근하지 않거나 집에 없다는 이유로 모두 무산됐습니다. 피해자에게 지급된 스마트워치도 배터리 방전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신고와 보호 조치가 공백 없이 이어지지 못한 겁니다.
반복되는 경고, 바뀌지 않는 체계
비슷한 시기 제주에서도 전 연인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사건에서도 스마트워치는 가해자에게 먼저 제압당했습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스토킹 재신고는 1만9천316건, 교제폭력 재신고는 3만2천634건이었고, 이 가운데 77.8%가 3회 이상 반복 신고였습니다.
반면 전국 262개 경찰서에 배치된 피해자 전담 경찰관은 262명에 불과합니다. 전담 인력이 아예 없는 곳도 있어 다른 부서 직원이 관련 업무를 병행하는 실정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두고 안일한 대처라며 엄정한 초기 대처와 피해자 보호 미비점 개선을 서두르라고 지시했습니다.
김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13일 저녁 결정될 전망입니다. 경찰은 계획적 범행 정황을 토대로 보복살인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유족은 접근금지 조치가 끊긴 시점에 범행이 일어났다며 실질적인 가해자 격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