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안세영 선수의 대기록 도전이 결승전에서 좌절됐습니다.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9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2026 전영오픈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에게 0대2(15-21, 19-21)로 패배하며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한국 단식 선수 최초의 전영오픈 2연패라는 역사를 쓰지 못한 것은 물론,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오던 공식전 36연승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에도 마침표를 찍게 되었습니다.
첫 세트부터 안세영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기 초반 서브 미스 등의 실수가 이어지며 흐름을 내주기 시작했고, 왕즈이의 날카로운 드롭과 안정된 수비에 고전했습니다. 15-21로 첫 판을 내준 안세영은 두 번째 세트에서 반격에 나섰습니다. 막판 15-20에서 4점을 연속 득점하며 19-20까지 추격하는 집념을 보였지만, 마지막 왕즈이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19-21로 경기를 마쳤습니다. 이번 패배로 안세영은 왕즈이와의 상대 전적에서 18승 6패가 되었고, 특히 최근 10연승 행진도 함께 중단되었습니다.
예견된 결승전의 무게
흥미로운 점은 결승전이 열리기 전부터 중국 배드민턴계와 팬들 사이에 패배에 대한 우려가 팽배했다는 겁니다. 왕즈이는 이번 시즌 참가한 대회 모두에서 결승에 오르는 등 최상의 폼을 자랑했지만, 유독 안세영과의 상대 전적에서 심리적 열세를 보여왔습니다. 중국 현지 보도들도 '안세영만 만나면 작아지는 왕즈이?'라며 우려를 표했고, 일부는 준우승을 예약한 것이 아니냐는 자조적인 반응까지 나왔습니다. 왕즈이 본인도 결승 전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언제나 거대한 도전"이라고 말하며 부담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왕즈이는 과거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안세영은 상대의 강한 의지에 눌린 모습이었습니다.
천적을 넘어선 준결승의 역전극
결승에 오르기까지 안세영의 행보는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준결승에서 맞붙은 것은 세계적인 라이벌 천위페이(중국)였습니다. 양측의 통산 전적이 14승 14패로 팽팽했던 만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됐고, 실제로 안세영은 첫 세트를 아쉽게 내줬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안세영의 진가가 발휘됐습니다. 두 번째 세트부터 강력한 스매시와 정교한 네트 플레이로 경기의 주도권을 완전히 잡았고, 결국 2대1 역전승으로 결승 티켓을 따냈습니다. 이 승리로 통산 전적에서 15승 14패로 우위를 점하며, 천위페이라는 높은 벽을 넘는 동시에 36연승 기록을 이어갈 수 있었죠.
기록의 끝과 새로운 시작
비록 2연패와 연승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안세영의 도전 자체는 한국 배드민턴 역사에 큰 획을 그은 것은 분명합니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기량과 정신력은 여전히 최정상급입니다. 왕즈이의 승리는 한 선수의 지난 실패를 딛고 일어선 극적인 승리라는 점에서 배드민턴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번 경기는 양쪽 모두에게 값진 교훈을 남겼을 겁니다. 안세영에게는 완벽함을 향한 여정에서 맞은 일시적인 쉼표이며, 왕즈이에게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증표가 되었습니다. 두 선수의 경쟁은 앞으로도 세계 배드민턴 여자 단식 판도를 좌우할 핵심 축이 될 전망입니다. 안세영 선수는 이번 패배를 발판 삼아 파리 올림픽을 비롯한 다음 도전에서 더 강력한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