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주 연속 내렸지만 불안한 안정세
2026년 8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13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집계를 보면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864.1원, 경유는 1,847원을 기록했는데요. 주간 하락폭은 각각 2.1원, 2.2원에 그쳤고, 이 정도면 사실상 제자리 걸음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이런 미미한 하락은 국제유가의 불안한 흐름이 이미 국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지역별로 가격 편차는 꽤 뚜렷했습니다. 서울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9.8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대구는 1,837.6원으로 가장 저렴했는데요. 같은 유류를 판매하는데도 지역 간 가격 차이가 70원 이상 벌어진 겁니다. 상표별로는 GS칼텍스 주유소가 1,867.2원으로 가장 비쌌고, 알뜰주유소가 1,855.4원으로 가장 낮은 가격을 형성했습니다. 당연히 운전자들 입장에서는 주유소 선택만으로도 기름값 부담을 조금은 줄일 수 있는 셈이죠.
국제유가는 거꾸로 급등하는 중
국내 주유소 가격의 하락세와 정반대로 국제유가는 최근 크게 올랐습니다.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데다, 중동과 러시아의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면서 공급 및 수송 불안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수입 원유 기준인 두바이유는 배럴당 88.7달러로 전주보다 무려 8.9달러 올랐고, 국제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각각 6.6달러, 10.8달러 상승했습니다. 이런 급등은 상당히 이례적인 수준입니다.
문제는 국제유가의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데 보통 2~3주의 시차가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국제유가 상승분이 그대로 이어진다면, 현재의 미미한 하락세는 곧 상승 전환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죠. 사실 이미 국내 정유사의 공급 가격은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정부의 대응과 향후 전망
정부는 이런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8차 석유 최고가격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적용되는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으로 지난 7차와 동일하게 동결된 상태인데요. 이 제도는 유가 급등기에 정부가 판매 상한선을 정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다만 최고가격 제도가 모든 부담을 막아주지는 못합니다. 국제 정세가 계속 불안정하다면 어느 순간 국내 가격도 방어선을 뚫을 가능성이 충분하죠. 결국 중동 지역의 정세와 미국·이란 간 협상 향방이 당분간 국내 기름값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운전자들은 당장의 주유소 가격이 잠시 잡혀 있더라도, 국제 시장의 흐름을 조금 더 유심히 지켜보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안정은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일시적인 숨 고르기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