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 한 장이 불러온 대통령 패싱 논란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통령과의 사전 면담 없이 서면으로 대법관 후보를 임명 제청하면서 정치권이 술렁이고 있습니다. 지난 8월 18일, 조 대법원장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김성수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각각 노태악·이흥구 전 대법관의 후임으로 제청했는데요. 문제는 기존에 대법원장이 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대면 보고하고 사전 조율을 거치던 관례를 깬 점입니다. 대법관 자리가 5개월 넘게 비어 있던 상황에서 나온 조치인 만큼 여파가 상당합니다.
사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제청 방식을 둘러싼 시비를 넘어선 데가 있습니다. 이 한 장의 서면이 사법부와 행정부 간의 불신을 드러낸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이를 대통령 임명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전면전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식적인 대응은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사법부 독립인가, 절차 무시인가
논란이 커지자 노경필 법원행정처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노 처장은 대통령과의 면담 기회를 얻지 못했고, 서면 제청 방식 역시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협의한 결과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손봉기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끝까지 협의가 안 돼 서면 통보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입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일을 사법농단으로 규정하며 조 대법원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김민석 대표는 이를 해방 이후 최악의 대법원장 행태라며 비판했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탄핵 소추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국회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주도로 조 대법원장 출석 요구안이 통과되기도 했는데요. 조 대법원장은 이에 불응하며 법사위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물론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을 옹호하고 있습니다. 대법관 제청권은 사법부 독립의 핵심 권한이며, 대통령 눈치를 보며 사전 조율하던 관행이 오히려 잘못됐다는 주장입니다. 양측 모두 헌법적 권한을 내세우며 상대방을 압박하고 있어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법관 공석 장기화 우려
가장 큰 고민은 향후 임명 절차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대한 부담입니다. 대법관 임명은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보내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요. 만약 대통령이 동의안을 송부하지 않거나, 국회에서 부결된다면 대법관 공석은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청와대는 두 후보 모두의 임명을 거부하고 재협의를 요구하는 방안, 또는 김성수 부장판사만 선별 임명하는 방안 등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연히 이런 갈등이 계속될수록 사법부 정상 운영에 차질이 생깁니다. 특히 주요 사건을 다루는 전원합의체 구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 법원 업무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법정 공백의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신뢰 회복에 대한 과제로 남게 됩니다. 현재 사법부와 정치권은 날 선 대립을 이어가고 있으며, 누구 한쪽에게도 쉽게 기울지 않는 상황 속에서 해법 찾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