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발표 앞둔 수능 국어 논란
올해 수능 국어 영역이 정답 발표를 하루 앞두고 심각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서울대와 포항공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3번과 17번 문항에 대한 오류 주장이 잇따르면서 수험생들의 혼란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필립 고프의 '단순 관점' 이론을 다룬 3번 문제와 칸트의 '인격 동일성'을 소개한 17번 문제에서 이론적 오류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국가 공인 시험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학계에서 제기된 구체적 문제점
서울대 이병민 교수는 3번 문제의 지문이 필립 고프의 이론을 잘못 설명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이론적 근거에 따르면 정답이 두 개가 될 수 있어 문제 자체에 결함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대입 시험에서 학술적 이론을 오해의 소지가 있게 제시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포항공대 이충형 교수는 17번 문제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칸트의 '인격 동일성' 관련 지문을 이해하는 데 20분 이상이 걸렸다고 밝히며, 고등학생의 인지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난이도라고 비판했습니다. 해당 분야를 수십 년 연구한 교수조차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지문이 고3 학생들에게 제시된 것에 대한 우려가 컸습니다.
높아진 이의 신청과 평가원의 대응
이번 수능에 대한 이의 신청 건수는 675건으로 집계되며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영역별로는 영어가 467건으로 가장 많았지만, 국어 영역에 대한 논란의 강도가 특히 두드러졌습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7번 문제를 비롯한 논란의 중심에 선 문항들에 대한 심사를 진행했고, 25일 오후 최종 정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평가원은 지금까지 33회의 수능에서 총 9개 문항의 출제 오류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이 중 과학탐구 영역이 5건으로 가장 많았고, 세계지리, 국어, 영어, 한국사에서 각각 1건씩 오류가 확인되었습니다. 이번 논란도 평가원의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일단락될 전망입니다.
교육적 효과 vs 변별력 확보
한편 교육 현장에서는 상반된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고난도 지문 출제가 사교육으로 단련된 수험생을 가려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합니다. 서울 소재 한 국어 교사는 "수험생의 실력을 가리기 위해 고난도 지문 출제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변별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국어 강사 출신 구본창 정책국장은 "현 수능 국어가 학생들의 독해 능력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문제 풀이 기술 없이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비판입니다. 이병민 서울대 교수도 "고난도 비문학 지문의 경우, 텍스트를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학생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하며 높은 정답률이 학원 훈련의 결과일 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수능 체계 전반에 대한 재검토 필요성
이번 논란은 단순한 문제 오류를 넘어 수능 평가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고민을 촉발하고 있습니다. 문호진 교육 활동가는 "수능과 관련된 대부분의 결정이 교육적 타당성 없이 이루어졌다"고 비판하며 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했습니다.
수능이 진정한 문해력과 사고력을 측정하는 도구로 기능할 것인지, 아니면 문제 풀이 기술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전락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평가원의 최종 정답 발표로 일단의 논란은 마무리되겠지만, 한국 교육 평가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을 위한 논의는 이번 기회를 통해 본격화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