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요청은 피했지만 메시지는 명확히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전면전으로 번지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에 호르무즈 해협 군사 작전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026년 7월 22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 외교장관회의 이후 취재진과 만남에서 직접적인 파병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당연히 청와대도 특정 자산 파견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즉각 부인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는데요.
사실 루비오 장관의 발언은 요청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면서도 동참을 압박하는 형태였습니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파견하는 것이 아시아 동맹국들에게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전 세계 원유 거래량의 약 20%가 지나는 이 해협의 안보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자국 이익과 직결된다는 논리를 펼친 것이죠. 이런 맥락에서 그의 발언은 단순한 부인을 넘어선 간접적인 촉구로 읽힙니다.
에너지 안보를 내세운 간접적 설득
루비오 장관은 단순히 동맹에 대한 의리를 호소한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이익 관계를 들어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그는 아시아 국가들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유와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또한 일부 국가가 보유한 기뢰 제거와 같은 특수 능력이 작전에 매우 유용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기여 방식까지 언급했습니다.
물론 각국이 군사 자산을 파견할 때는 의회 승인 등 국내법적 절차를 거쳐야 하는 현실적 제약이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습니다. 미국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기뢰 제거 등 특별한 역량이 투입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 것은 향후 추가 요청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은 표현입니다. 반대로 청와대는 미 측과 협력 방안을 지속적으로 논의해 왔다면서도, 실질적인 기여 방안은 한반도 대비 태세와 국내법 절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사 및 안보 사항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 내용은 공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한반도와 중동 사이 외교적 줄다리기
이번 논란이 커지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양상이라는 긴박한 국제 정세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동맹국의 군사 자산 기여를 원하지만, 한국 정부로서는 한반도 안보 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부담이 큰 상황입니다. 사실 호르무즈 해협 파병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외교적 쟁점이 된 바 있어 이번 상황이 단순한 일회성 이벤트는 아닙니다.
한편 루비오 장관은 같은 날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오는 9월 시진핑 주석의 워싱턴 방문 준비를 논의하는 등 병렬 외교를 이어갔습니다. 그는 남중국해와 대만 인근 해역에서의 중국 해경 활동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국제 수역이 특정 국가의 통제 아래 놓이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미국이 중동 문제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체의 해상 질서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앞으로 한국 정부는 미국의 기대와 국내 여론, 그리고 한반도 방위라는 다층적인 고려 사이에서 외교적 판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적인 파병 요청은 없었지만, 에너지 안보와 동맹 관계라는 무게를 둔 미국의 메시지가 계속 전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