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 대만의 '드론 지옥'으로
대만이 중국을 향해 이례적인 방어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검증된 값싼 무인기의 위력을 벤치마킹해, 향후 5년간 무인기와 무인수상정을 포함해 총 21만 대 이상의 무인 전력을 확보하려는 계획인데요. 예산 규모는 2,100억 대만달러에 달합니다.
이른바 '헬스케이프', 즉 지옥 같은 풍경을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중국 상륙함대가 대만 해협을 건너 해안에 접근할수록 수많은 무인 전력과 기동식 미사일로 계속 타격을 가해 침공 비용을 극대화하는 겁니다. 대만은 이처럼 값싼 비대칭 전력으로 중국의 압도적인 정규 군사력에 맞서려 하고 있습니다.
이와 맞물려 대만의 내년도 국방예산도 사상 처음으로 1조 1,000억 대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45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올해 대비 16% 급증한 수치인데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증액 압박과 중국군의 지속적인 해협 도발이 겹친 결과입니다.
한광훈련이 달라진 모습
예산 확대만큼 실전 훈련의 강도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연례 최대 합동 군사훈련 '한광 42호'에서는 예년과 다른 훈련들이 눈에 띄었는데요. 타이중 해안에서 HIMAR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실사격이 처음으로 이뤄졌고, 저고도 방공 능력을 점검하는 스팅어 미사일 훈련도 진행됐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통신 환경을 실제로 제한해 보는 훈련이 처음 도입됐다는 겁니다. 대만은 중국 침공 상황을 가정하고 모바일 인터넷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춰보는 시뮬레이션을 실시했습니다. 전시에 민간 통신망이 두텁지 않다는 점을 실감나게 체험하려는 시도인데요. 라이칭더 총통은 심야에 UH-60M 헬리콥터를 이용해 직접 대피 훈련에 참여하며 지도부 보호와 지휘 체계 유지 능력을 점검했습니다.
또한 대만군은 대함미사일, 레이더, 무인체계를 통합한 연안작전지휘부를 새로 신설했습니다. 정찰 정보가 곧바로 타격 부대로 전달되는 체계를 만들어 무인 전력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취지입니다.
동아시아를 둘러싼 군비 경쟁의 소용돌이
대만의 움직임은 주변국들의 안보 정책 변화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중국은 올해 국방예산을 1조 9,100억 위안, 약 410조 원으로 늘려 항공모함과 스텔스 전투기 등 정규 전력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대만의 45조 원과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인데요. 이런 상황에서 일본도 사상 최대 방위비를 책정하며 장거리 미사일과 공격형 무인기 도입에 나섰습니다.
결국 중국의 군비 확장이 대만과 일본의 대응을 부추기며, 동아시아 전역이 사상 최대 규모의 무한 군비 경쟁에 휩싸이는 형국입니다. 한국 역시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와 안보 리스크 사이에서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만이 무인기를 많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GPS와 통신이 방해되는 상황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운용 능력과 명확한 작전 교리를 서둘러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예산 편성 방식을 두고 대만 내 여야 이견도 남아있어, 실제 전력화까지는 난관이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