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앞둔 수업 시간, 월드컵 중계가 교실을 뒤흔들었습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가 한창인 가운데, 오전에 열리는 한국 대표팀 경기가 학교 현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2일 오전 11시에 시작한 한국과 체코의 경기는 기말고사를 앞둔 수업 시간과 정확히 겹쳤는데요.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가 교실에서 중계를 틀어주며 학생들과 함께 응원했지만, 시험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는 부담 탓에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북 예천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장이 경기를 시청하게 한 교사를 색출하려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확대되었습니다. 해당 학교 학생회 부회장은 성명을 통해 학교장이 교사들을 강압적으로 호출하며 마치 범죄자를 대하듯 비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학생은 월드컵 시청이 학업에 지친 학생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살아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하며 학교장의 사과를 촉구했습니다. 다만 현재 해당 성명 글은 삭제된 상태입니다.
반면 경북도교육청은 이 같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조사 결과 학교장이 시험이 불과 2주 남은 상황에서 일부 학급의 함성과 소음 문제를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해당 학교의 교사와 학생들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해졌지만, 외부 논쟁은 계속 확대되며 학교 측이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응원도 못지않은 교육입니다"
같은 날,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김진효 교장은 기말고사를 앞둔 학생들을 위해 절충안을 마련했는데요. 학생과 교사가 합의한 학급만 강당으로 나가 경기를 시청하고, 시청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은 교실에서 평소처럼 수업에 집중했습니다. 복도와 현관에는 소리 없이 경기 화면만 송출되어 지나가는 학생들도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약 760명의 재학생 중 200명이 라이브 시청에 참여했고, 나머지 학생들은 교실에서 조용히 기말고사 준비를 이어갔습니다. 김 교장은 스포츠 경기를 함께 응원하며 느끼는 동질감과 유대감이 정치나 지역을 초월한 통합의 경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일반적인 수업만으로는 얻기 힘든 큰 교육적 가치가 있다는 게 김 교장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이번 자율적 운영 방식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나 민원이 전혀 제기되지 않았습니다. 체육교육 전공자인 김 교장은 1983년 자신이 고3이었을 때 친구들과 학교에서 단체 시청을 했던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며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상황, 다른 해석
두 학교의 사례를 보면 같은 월드컵 중계라도 학교의 대응 방식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경북 예천의 학교에서는 상황 파악 지시마저 색출이라는 강한 표현으로 번졌고, 용산고등학교에서는 자율과 선택을 존중하는 방식이 모두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물론 기말고사를 2주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수업 시간에 경기를 보여주는 것에 대한 우려도 이해가 됩니다. 학업 진도와 시험 준비에 대한 책임은 학교에 있고, 이를 무시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청소년기에 공동체와 함께 호흡하며 느끼는 감동도 교육의 중요한 한 축입니다. 용산고등학교는 오는 19일 멕시코전과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도 동일한 방식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향후에도 오전 시간대에 한국 대표팀 경기가 예정되어 있어 학교 현장의 찬반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학교는 규정과 원칙을 내세워 통제에 나설 것이고, 어떤 학교는 자율과 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낼 겁니다. 어느 쪽이 정답이라고 단정할 순 없지만, 학생과 교사가 서로 존중받는 현장을 만드는 방식에 따라 학교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