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서사 뒤에 감춰진 그림자
2023년 2월, 37세의 나이로 케임브리지대 역사상 최연소 흑인 교수에 임용된 제이슨 아데이는 단순한 학자를 넘어 영국의 성공 신화 그 자체였습니다. 가나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11세까지 말을 하지 못하고 18세가 돼서야 읽고 쓰기를 배웠다는 그의 서사는 자폐와 난독증을 극복한 감동적인 역전극으로 여겨졌죠. 2012년 런던 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나설 정도로 주목받았던 그는 불과 3년 뒤 극적인 추락을 맞이했습니다.
최근 학계를 중심으로 그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100곳이 넘는 표절 의혹이 제기되었고, 35일간 마라톤 30회 완주와 550만 파운드 모금 등 과장된 자선 활동, 나아가 개인적 역경 서사 자체의 진위까지 논란이 되었습니다. 케임브리지대가 연구 부정행위 조사를 발표하자 아데이는 지난 5일 교수직에서 물러났고, 이틀 뒤인 14일 런던 남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습니다. 경찰은 타살 혐의점이 없는 예기치 않은 사망으로 처리했지만, 그의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비극으로 남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검증과 망신주기 사이
이번 사건을 두고 영국 사회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사디크 칸 런던시장과 사이먼 배런코언 케임브리지대 자폐연구소장은 아데이가 악의적인 공개 망신주기와 DEI 정책 논쟁의 희생양이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유족 역시 교수직 수락 후 3년 넘게 지속된 모욕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했다고 밝혔죠. 사실 일부 언론 보도가 개인사를 향한 집중 공격으로 번진 측면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학문적 검증은 예외가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습니다. 프리얌바다 고팔 교수를 비롯한 일부 학자들은 다양성 원칙을 내세워 학문적 검증이라는 필수 과정을 생략하는 지름길을 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학이 상징적 인물을 위해 임용 검증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은 케임브리지대의 독립조사위원회 구성으로 이어졌습니다. 앤디 버넘 영국 총리는 이번 사태를 여러모로 비극이라 규정하며 성급한 판단보다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죠.
남은 과제는 제도다
아데이의 죽음은 이제 더 이상 한 개인의 도덕적 문제만이 아닙니다. 리버풀 존 무어스대는 그의 박사학위 논문에 대해 표절이 아니라고 판단했으나, 케임브리지대는 임용 과정과 고위 교수 채용 절차 전반을 외부 인사가 포함된 독립조사위원회에 맡겼습니다. 이는 명문대의 인사 검증 시스템에 허점이 있었는지를 밝히려는 움직임입니다.
물론 제도적 허점을 지적하는 것과 개인을 향한 공격적인 비난은 분리되어야 합니다. 소수자 채용의 정당성과 별개로, 학위의 독창성과 경력 입증은 모든 후보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은 명확합니다. 이번 사건이 남긴 진짜 질문은 연구 윤리를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의 존엄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영국 사회의 깊은 성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