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넘어 로봇·AI로…K-배터리, '확장의 시대' 열다

아비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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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달 전 수정 · 2026년 3월 12일 오전 8:48

발행: 2026년 3월 11일 오후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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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배터리 2026에서 K-배터리 업계는 전기차 시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해 로봇, AI, ESS로의 확장을 본격화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을 앞다퉈 선보이며 기술 패권 경쟁을 벌였고, 안전성과 신뢰를 경쟁력의 새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배터리 적용 분야가 다양해지면서 공급망 자립과 생태계 협력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넘어선 배터리의 새 영토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6' 전시장은 과거와 사뭇 다른 풍경으로 가득했습니다. 슈퍼카나 전기차 모델 대신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 물류로봇, 그리고 데이터센터용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전시장의 중심을 차지했는데요. 이는 배터리 산업이 전기차 시장의 정체 국면을 맞아 본격적으로 '확장의 시대'에 돌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전시회 역대 최대 규모인 667개 기업이 참가한 가운데, 업계의 화두는 단연 '피지컬 AI'와 다양한 신사업 분야로의 적용이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휴머노이드 로봇 '클로이드'와 자율주행 로봇을 선보이며 로보틱스 포트폴리오를 강조했습니다. 삼성SDI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화를 위한 UPS 배터리 사업을 전면에 내세웠고, SK온은 현대위아의 물류 로봇(AMR)을 전시했습니다. 이처럼 주요 배터리 3사는 전기차 다음 먹거리로 로봇, AI 인프라, ESS를 명확히 지목하며 기술 경쟁에 돌입한 모습입니다. 특히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전고체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실물을, 삼성SDI가 파우치형 샘플을 각각 최초 공개하며 로봇 시장 적용을 앞다퉈 예고했습니다.

기술 패권을 위한 각축전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 경쟁은 이번 전시회 내내 날카로운 견제와 주장으로 이어졌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김제영 CTO는 30년 이상 축적된 특허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해 R&D 속도를 '압축'하겠다는 전략을 밝혔습니다. 그는 후발 주자들의 기술 모방에 대해 강력히 경계하며, "원천 기술을 가진 유일한 오리지널 혁신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강조했습니다. 반면,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 분야에서 미국 특허 1200건 이상을 보유한 압도적인 장벽을 내세웠습니다. 주용락 연구소장은 이 같은 특허 포트폴리오가 경쟁사 추격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하며 기술 리더십을 과시했습니다.

이런 공개적 신경전은 단순한 자존심 다툼을 넘어, 미래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읽힙니다. 전고체 배터리의 최적 형태를 놓고도 양측은 엇갈린 주장을 펼쳤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안전성 측면에서 각형 케이스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한 반면, 삼성SDI는 전기차 안전을 위해 각형이 최종 채택될 것이라고 맞섰습니다. 소재 분야에서도 동원시스템즈가 국내 유일 기술로 코팅 양극박(PCAF) 양산을 선언하는 등, 공급망 자립과 기술 고도화를 위한 경쟁이 산업 전반에서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안전과 신뢰, 그리고 미래

배터리의 적용처가 일상생활과 산업 현장 깊숙이 확장될수록 가장 부각되는 가치는 '안전'입니다. SK온의 박기수 미래기술원장은 배터리 경쟁력의 핵심이 에너지 밀도에서 **'신뢰 밀도'**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AI 기반 위험 예측 시스템을 2027년 완성 목표로 개발 중이라고 밝히며, 설계 단계부터 화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예측형 안전' 패러다임을 제시했습니다. SK온이 추진하는 '3P-제로' 전략은 예방, 보호, 예측의 세 축으로 배터리 안전성을 강화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입니다.

이러한 안전성 강화 노력은 ESS와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특히 중요해집니다.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AI 산업 성장으로 이들 시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 번의 사고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기차보다 ESS와 로봇,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결국, K-배터리가 새로운 확장 시대를 성공적으로 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 선점 경쟁과 더불어 소비자와 산업 현장의 절대적 신뢰를 얻는 일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정부와 산업계가 강조한 생태계 전체의 '원팀' 협력은 이러한 신뢰 구축의 토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