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목표까지 긴축 기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국제통화기금 연차총회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2%에 수렴할 때까지 긴축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성장률 전망은 3.3%로 견조하지만, 물가와 근원물가가 당분간 목표를 웃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한은은 여름 두 차례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이 기조를 이미 시작했습니다.
신 총재는 물가안정과 환율, 금융안정이라는 세 과제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고 강조했습니다. 통상 정책 목표가 서로 충돌하기 마련인데, 지금은 상충관계가 크지 않다는 판단입니다.
AI 호황이 만든 두 얼굴
배경에는 AI 사이클과 중동 전쟁이 함께 자리합니다. AI 호황은 수요를 끌어올려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고, 전쟁은 에너지와 반도체 비용을 높이는 비용 인상 요인입니다. 경기에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지만, 한국에서는 AI가 전쟁의 부정적 효과를 압도한다는 게 신 총재의 진단입니다.
AI 인프라 투자는 2030년까지 연간 1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수요가 국내로 유입되면 무역수지와 투자, 세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혜택이 IT 대기업에 집중되면서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는 부작용도 함께 지적됩니다.
원화 강세와 취약계층
신 총재는 원화의 추가 강세가 바람직하다고 봤습니다. 상반기 약세를 보였던 원화는 긴축 전환 이후 강세로 돌아섰고, 추가 절상이 수출 대기업과 내수 부문의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반대로 고금리 부담은 취약계층에 집중됩니다.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득의 약 32%를 식료품과 에너지에 지출해 물가 상승의 타격이 가장 큽니다. 신 총재는 물가 억제가 형편이 어려운 계층을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재정 자원을 동원하고 필요하면 채무 상환 의무를 조정할 여지도 언급했습니다.
한은이 2월 도입한 K점도표는 위원 7명이 6개월 후 금리 전망을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 도구입니다. 신 총재는 최소 1년 이상 경험을 쌓은 뒤 성과를 검토하겠다며, 내년 중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