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직접 고른 AI 모델의 주인
미국 정부가 최첨단 인공지능 모델의 접근 권한을 직접 통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앤트로픽의 보안 전문 모델인 미토스 5와 오픈AI의 차세대 모델 GPT-5.6은 더 이상 전 세계 누구나 쓸 수 있는 공용 자산이 아니게 되었는데요. 미국 상무부가 선별한 국내 100여 개 기업과 기관에만 문을 열었고, 그 밖의 사용자들은 여전히 대기 명단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의 상황은 날로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은 앤트로픽의 글로벌 보안 협력 프로그램인 프로젝트 글래스윙에 참여하며 미토스 5에 접근할 수 있었는데요. 그러나 이번 수출 통제 조치로 인해 이들 모두 명단에서 빠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AI 활용에 큰 제약이 생겼습니다.
두 기업, 다른 선택을 하다
같은 정부 요청 앞에서도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전혀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오픈AI는 정부의 배포 속도 조절 요청을 받아들여 GPT-5.6을 단계적으로 출시하기로 했죠. 샘 알트먼 CEO는 물론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가 고객을 직접 고르는 방식에 불만을 표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생존과 개발 자금 확보를 위해 현실적인 타협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런 실용주의적 접근은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도, 동시에 기술 접근성을 정부에 맡기는 선례를 만들었습니다. 반면 앤트로픽은 좀 더 원칙에 가까운 대응을 보였습니다.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정부의 압박 속에서 최신 모델인 페이블 5의 공개를 아예 철회했죠. 보안 취약점 탐지 능력이 뛰어난 모델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지만, 기업의 판단을 정부가 대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한 겁니다. 물론 이런 원칙론적 선택이 시장 경쟁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경쟁사가 빠르게 시장을 선점하는 사이, 앤트로픽만 뒤처질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죠.
기술 주권의 공백을 메우는 일
이번 사태는 특정 국가의 기술에 의존하는 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내세우며 AI 모델의 유통 경로까지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그야말로 전례 없는 일인데요. 오픈AI조차 이번 조치가 장기적인 기본 방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할 정도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런 통제가 상시화될 경우 미국 기업의 시장 출시가 지연되면서 오히려 중국 등 경쟁국이 기술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버린 AI 구축의 필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나 국가AI위원회 상근부위원장 같은 핵심 보직은 공석인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기술 패권이 국가 간 힘의 균형을 바꾸는 시대입니다. 외부의 변화를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