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버그 대신 나타난 도심의 새로운 불청객
지난여름 수도권을 뒤덮었던 러브버그가 한풀 꺾인 사이, 이번에는 사람까지 무는 해충이 시민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 불암산과 수락산, 경기 남양주 등을 중심으로 갈색여치가 무리 지어 출몰하면서 산책로와 아파트 단지, 심지어 주거지 실내까지 침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한 번에 수십에서 수백 마리가 목격되기도 해 주민들의 민원이 속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갈색여치는 국내에 원래 서식하던 곤충입니다. 다만 예년과 달리 올해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돌발 해충으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특히 날카로운 턱이 강해 위협을 느끼면 사람을 물 수 있어 단순히 불쾌한 수준을 넘어 실제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러브버그가 시민들에게 미친 불편이 주로 심리적 혐오감에 머물렀던 것과는 달리, 갈색여치는 물리적 통증까지 유발할 수 있어 더 큰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곱등이 아닌 위협적인 도약력
갈색여치는 겉으로 보기에 곱등이와 매우 비슷하게 생겨 종종 혼동되곤 합니다. 하지만 곱등이와 달리 강한 뒷다리를 이용해 사람의 허리 높이까지 뛰어오를 수 있는 뛰어난 점프력을 지니고 있으며, 성충의 몸길이는 3~4cm에 달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농작물에도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점인데요. 과수원의 복숭아나 포도, 사과 등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비닐봉지조차 뚫고 과실을 훼손하는 경우도 보고되었습니다.
발견했을 때 맨손으로 잡으려는 행동은 매우 위험합니다. 갈색여치는 자극을 받으면 날카로운 턱으로 방어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독성이나 질병 전파 가능성은 낮지만 물리면 통증이 따르는 건 분명해서, 가까이 접근하기보다는 거리를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외활동 시에는 긴 소매와 긴 바지를 착용해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고, 몸에 붙었을 때는 가볍게 털어내는 방식이 전문가들의 권고사항입니다.
기후 변화가 키운 불초청 손님
갈색여치가 이 시기에 대량으로 나타난 데는 기후적 배경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온이 2.5도 상승할 때 갈색여치의 산란율은 무려 58~68%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군다나 알이 땅속에서 2년 이상 휴면할 수 있어 기후 조건이 맞아떨어지는 특정 시기에 폭발적으로 증식할 가능성이 큽니다. 2006년과 2007년에도 충청북도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한 바 있어 이번 발생이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편 러브버그는 올해 들어서 민원가 83.7% 급감하며 한풀 꺾인 모습입니다. 인천 계양구 등 일부 지자체의 선제적인 방제 조치와 예년보다 낮았던 6월 기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수도권 곳곳에서 여전히 발견되고 있어 러브버그와 갈색여치가 교차하는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습니다.
산림청과 관련 기관들은 갈색여치 방제를 위해 과수원 주변의 방충망 설치와 더불어 조류나 개구리, 두꺼비 등 천적을 활용한 생물학적 방제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해충을 손으로 잡기보다는 유입 경로를 차단하고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지키는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