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률은 최고인데, 왜 웃지 못할까?
여성 고용률이 54.7%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여성 취업자는 1265만2000명으로 전년보다 18만8000명 늘었다. 남성과의 고용률 격차도 16.2%포인트로 10년 전 22.0%포인트에서 꾸준히 좁혀지고 있다. 육아휴직 확대 등 정책 효과로 경력단절 여성도 10년 새 86만명 가까이 감소해 121만5000명에 그쳤다. 그런데도 여성계는 미소 짓기 어렵다. 30대 여성의 고용률이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3034세 실업률은 15.9%, 3539세는 13.9%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다. 고용률 상승에도 30대 여성의 취업 불안정은 여전하다. M자 커브는 완화됐지만 그림자는 남아있는 셈이다.
경력단절 사유도 바뀌었다. 2015년엔 결혼(37%)이 가장 많았지만 지난해엔 육아(41.2%)가 1위였다. 아빠 육아휴직이 확대되면서 상황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남성 육아휴직 급여 수급자 비중이 31.6%로 처음 30%를 넘었고, 수급자 수는 10년 전보다 12배 늘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돕는 제도가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AI·반도체, 여성은 왜 사라지나
국가 전략기술로 꼽히는 AI와 반도체 분야에선 여성의 모습이 점점 드물다. 과학기술 분야 전체 여성 비율은 23.1%로 5명 중 1명꼴이다. 그런데 AI 분야는 15.1%에 불과하고, 오히려 전년보다 0.4%포인트 줄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는 더 심각해 6.5%로, 2017년 25.6%에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대학이나 공공연구기관에선 여성이 비교적 많지만, 민간 기업으로 갈수록 비율이 낮아진다. 소규모 기관일수록 여성은 더 적다.
이런 현상은 경력단절 여성 지원 예산이 줄어들면서 악화되고 있다. 여성 과학기술인 R&D 지원사업 예산은 2023년 120억원에서 지난해 90억5800만원으로 축소됐다. 복귀 지원을 받은 여성 인력도 감소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기회가 좁아지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이다. 게다가 여성 과학기술인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남성의 70.9%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전히 성별 임금 격차도 크다.
지역 격차와 남은 과제
경력단절 여성의 분포도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 경기도가 36만9000명으로 가장 많고, 서울 17만1000명, 인천·경남 각각 8만1000명 등이다. 인천이 부산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최근 ‘2025년 여성경제활동백서’를 발간해 여성 고용 동향과 정책 성과를 정리했다. 법적 용어도 ‘경력단절여성’에서 ‘경력보유여성’으로 바꾸는 등 인식 개선을 꾀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 고용률 상승세를 지속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전략산업에 여성을 더 많이 진출시키고, 30대 여성의 고용 불안정을 해소하며, 육아와 일의 균형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남성 육아휴직 확대가 계속되고, 기업 문화가 바뀐다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긍정적인 변화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부와 기업, 사회 모두가 움직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