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에서 버티는 취약계층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에서 무료급식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극심한 더위 속에 긴 줄을 서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당시 기온은 31.8도에 달했고 습도까지 높아 참기 힘든 무더위가 이어졌는데요. 이들은 낡은 우산과 부채에 의지해 뙤약볕을 견뎌야 했고, 일부는 새벽 6시부터 자리를 맡아 대기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서울 중구 백화점 인근 도로에서는 주차 요원과 교통 안내원 등 야외 노동자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작업을 이어갔습니다. 기온이 32도를 웃돌던 그날, 이들은 아이스 쿨러와 얼음물에 의지했지만 냉풍기마저 뜨거운 바람을 내뿜는 환경 속에서 큰 피로감을 호소했습니다. 폭염은 어르신과 야외 노동자 같은 취약계층에게 가혹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전기세 부담에 지하철이 피서지가 되다
질병관리청 온열 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통계를 보면 누적 온열질환자 1,701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537명으로 31.6%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고령층이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에 가장 취약하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문제는 더위를 피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입니다. 많은 어르신이 가정 내 전기세 부담 때문에 에어컨이나 선풍기 사용을 자제하고 수돗물 샤워로 버티고 있습니다. 심지어 냉방이 되는 지하철을 임시 피서지로 삼아 인천까지 이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활비와 전기세 앞에서 냉방은 사치가 아닌 부담으로 느껴지는 겁니다.
확대되는 폭염 경보와 남은 과제
이에 서울시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것으로 보자 동남·동북·서남권에 이어 서북권까지 폭염 경보를 확대 발령했습니다. 서울 전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것입니다.
당연히 경보 발령은 필요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경보가 내려진다고 해서 무료급식을 기다려야 하는 어르신들이나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노동자들의 상황이 당장 나아지는 건 아닙니다. 폭염 대책은 단순히 경보를 발령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취약계층이 실질적으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과 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사실 매년 반복되는 폭염 속에서도 취약계층의 고통은 여전합니다. 올해도 서울 곳곳에서는 무료급식 줄을 서는 어르신들과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떠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폭염이 일시적인 재난을 넘어 일상이 되고 있는 지금,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보호막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