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청 거부로 정면 충돌
조희대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구를 거부하면서 사법부와 행정부가 정면 충돌하는 모양새입니다. 청와대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손봉기 부장판사 재제청을 요구했고, 조 대법원장은 기존 제청이 유효하다며 거부했습니다. 대법관 공석이 6개월을 넘기며 국민 재판 지연 우려가 커졌습니다.
갈등의 출발은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 인선입니다. 추천위는 김민기, 박순영, 손봉기, 윤성식 후보를 추천했고, 대법원은 박순영 판사를, 청와대는 김민기 판사를 우선 고려했습니다. 이후 조 대법원장이 손봉기 부장판사를 제청하자 이재명 대통령은 반려했고, 양측은 사전 협의 관행을 두고도 엇갈렸습니다.
여야의 엇갈린 진단
더불어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의 재제청 필요 의견을 묵살했다며 독단적 결정이라고 비판합니다. 이용우 대변인은 사실이라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고, 당은 법사위 현안질의와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의혹을 다룰 계획입니다. 법원행정처 폐지 등 법원조직법 개정 논의도 다시 떠올랐습니다.
반대로 국민의힘은 조 대법원장을 삼권분립의 마지막 수문장으로 평가합니다. 박대출 의원은 재제청 거부가 사법 장악을 막은 조치라며, 대법관을 대통령 뜻대로 임명하면 사법 독립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여야의 책임 공방이 평행선을 달리는 겁니다.
헌재로 향할 해법
쟁점은 헌법이 대통령의 임명권과 대법원장의 제청권 중 어느 쪽을 우선하는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헌법학계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선거로 민주적 정당성을 얻은 만큼 최종 임명 권한을 가진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다만 대법원장의 제청권도 독립된 권한인 만큼 일방적 결론은 어렵습니다.
현실적 해법으로는 헌재의 권한쟁의심판이 거론됩니다. 과거 최상목 대통령 대행 시절 국회가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에서 헌재가 국회 권한 침해를 인정한 선례가 있습니다. 청와대가 청구를 꺼리는 가운데, 새 대법원장 취임 뒤에도 갈등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