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꾸는 노동시장의 지도
인공지능 기술이 전 산업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면서 노동시장의 판이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 변화의 속도와 방향을 제대로 짚어보고자 최근 서울 여의도에서 세미나를 열었는데요. 'AI와 일자리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 이야기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누려야 할 생산성과 잃어버릴 수 있는 일자리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였습니다. 특히 OECD와 서울대, 산업연구원 등 국내외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진단한 점이 눈에 띕니다.
생산성은 오르지만 일자리는 불안한 이유
세미나에서 스테인 브루크 OECD 선임경제학자와 이철희 서울대 교수는 AI 도입이 반드시 일자리를 줄이는 것만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문제는 인력 수급에 생기는 불균형에 있습니다. 일부 산업에서는 기술 도입으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지만, 동시에 기존 업무가 자동화되면서 고용 불안정이 심화되고 있죠. 특히 단순 업무를 담당하던 근로자나 신입직원들이 취약한 위치에 놓인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결국 AI가 일자리 자체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에 요구되는 역량과 질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겁니다. 이런 변화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생산성은 오르지만 고용 시장은 더욱 양극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싱가포르가 보여준 미래 대응법
이런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은 건 싱가포르의 '스킬스퓨처(SkillsFuture)' 프로그램 사례였습니다. 싱가포르 성인학습연구소 관계자는 기술 변화에 맞춰 성인 학습자와 노동자들을 지속적으로 재교육하는 시스템을 소개했는데요.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실업자를 위한 훈련이 아니라, 현직자들이 평생에 걸쳐 새로운 기술을 익히도록 지원하는 구조입니다. 산업연구원과 고용노동부 등 국내 전문가들도 이번 토론에서 AI 시대에 맞는 산업인력 정책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고용 안정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정책적 방안을 찾는 데 이번 세미나가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AI와 일자리가 공존하려면 기술 도입 속도만큼 인적 자원 개발의 속도도 맞춰야 합니다. 단기적인 고용 불안을 해소하면서도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길은 결국 지속적인 학습과 재교육에 있습니다. 한경협이 마련한 이번 자리는 그 방향을 설정하는 데 필요한 공론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