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앞에서 동맹도 거리두는 신임 총리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취임 초부터 이례적으로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는 BBC 인터뷰에서 영국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요. 취임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첫 통화를 나누면서도 이란 전쟁에 대한 우려를 명확히 전달한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말은 철회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대서양 동맹의 핵심 축인 영국이 그 어느 때보다 자국 중심의 외교 노선을 그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물론 버넘 총리의 이런 태도가 단순한 감정적 대립은 아닙니다. 그는 모든 지도자가 자국 이익을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상황 전개에 따라 판단을 내리겠다는 신중함도 잃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버넘 총리를 진보적인 인물로 평가하면서도 협력 의사를 밝혀, 양국 관계가 즉각 파탄 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다만 영국이 전임 키어 스타머 총리 시절부터 이어온 대미 갈등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맨체스터를 중심으로 한 파격적인 국가 실험
버넘 총리는 외교에서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서도 기존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맨체스터 시장 출신인 그는 런던 중심의 집중 체제를 깨기 위해 과감한 지방 분권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총리실 일부와 핵심 국정 기구를 맨체스터로 이전하고 예산권과 규제 권한을 지방에 대폭 이양하겠다는 계획은 영국 정치사에서 유례없는 수준의 권력 분산을 의미합니다.
이와 맞물려 세계적인 밴드 오아시스가 2027년 맨체스터에서 최대 20일간의 대규모 장기 공연을 예고한 것도 눈에 띕니다. 약 100만 명의 관객을 유치해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 구상은 브렉시트 이후 정치적 불안정과 경제적 침체를 겪는 영국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문화 뉴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비록 야당에서는 포퓰리즘이나 맨체스터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기존 관성으로는 침몰하는 국가를 구할 수 없다는 절박한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
안보 위협과 내정 과제 속 국정 안정 의지
버넘 총리가 직면한 과제는 외교와 지방 분권만이 아닙니다. 최근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이 런던에 공작원을 잠입시켜 정부 시설과 미군 기지 등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되었는데요. 영국 안보 전문가들은 고도의 잠복망이라기보다는 미영 공조를 흔들기 위한 대리세력 활용 전략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안보 위기 속에서 버넘 총리는 국방비 증액에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는 국방 투자 부족을 비판했던 존 힐리 전 국방장관을 재무장관으로 전격 기용하며 GDP 대비 국방비 3% 달성을 위한 재정적 뒷받침을 마련하려 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9년으로 예정된 차기 총선 전까지 조기 총선 가능성을 명확히 일축하며, 혼란스러운 나라를 제대로 돌려놓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으로 위기를 돌파하려는 버넘 총리의 행보가 앞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