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맞은 손끝의 한글
1926년 11월 4일 송암 박두성 선생과 제자들이 만든 한글 점자 훈맹정음이 올해로 100년을 맞았습니다. 초성과 중성, 종성을 모아쓰는 우리말 표기법에 맞춰 여섯 개의 점을 조합한 문자인데요.
훈맹정음은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읽고 쓸 수 있게 하며 자립과 존엄의 토대가 됐습니다. 한글 점자의 날 제100돌을 하루 앞둔 11월 3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는 반포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고, 시각장애인과 활동가,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했습니다.
여전한 일상의 장벽
다만 일상의 장벽은 남아 있습니다. 지난 1월부터 점자 화면과 음성 안내를 갖춘 무장애 무인 단말기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소규모 매장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시각장애인 이상훈 씨는 무인 매장에서 커피를 주문하지 못했고, 혼자 이용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보행 환경도 만만치 않습니다. 해운대역 인근 점자블록은 주변 바닥과 색이 비슷해 알아보기 어려웠고, 차량 진입 방지용 말뚝이 블록 위에 세워져 부딪힐 위험도 있었습니다. 10분 거리를 40분 만에 도착한 사례는 점자가 있어도 길을 잇는 관리가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개선 움직임과 남은 과제
개선 요구도 이어집니다. 장애인단체는 잘못 설치된 점자블록의 시정을 요구했고, 지방선거 후보들은 정보 접근성 개선과 시각장애인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약속했습니다. 인천시는 박두성 선생 기념표지석 오류를 바로잡는 정비에 착수했고, 유산 보존과 기념사업을 위한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보도 관리 매뉴얼과 점자 교육 확대를 요구합니다. 김준영 점역 교정사는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로 인한 위험을 언급하며 지자체 차원의 기본 보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김경호 사무처장은 AI 시대에도 점자의 가치가 여전하다고 짚었습니다. 김예지 의원은 점자가 동등한 문자로 존중받도록 인천시와 연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100년을 맞은 훈맹정음의 다음 과제는 점자가 필요한 순간 누구도 멈춰 서지 않게 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