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기록된 실수
지난 13일 부천 제일시장에서 1톤 트럭이 132미터를 질주하며 2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9명을 다치게 한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를 넘어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드러낸 사건입니다. 운전자 A씨(67)는 경찰 조사에서 "후진하다 가속페달을 잘못 밟았고, 당황해서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다"고 진술했는데요, 트럭 내부에 설치된 '페달 블랙박스'에는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는 장면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블랙박스 분석 결과는 사고 원인이 기계적 결함이 아닌 인간의 실수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고 현장에서는 브레이크등이 켜진 흔적도, 급제동으로 생기는 스키드 마크도 발견되지 않았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최근 5년간 감정 결과를 보면, 급발진을 주장한 사고 401건 중 무려 85%가 이렇게 페달 오조작으로 판정되었습니다.
황색선을 넘어선 위험
사고 현장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든 것은 시장 내 안전 관리의 허점이었습니다. 도로 폭이 고작 4m에 불과한 좁은 통로에서 황색 적치경계선은 형식적으로만 존재했습니다. 대부분의 노점상들이 진열대와 적치물을 황색선을 넘어 설치하면서 보행자 통로는 좁아지고, 위험은 커져만 갔죠. 사고 당시 트럭은 가스통 보관함을 스치고 지나갔는데, 조금만 더 우측으로 치우쳤다면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놀라운 것은 사고 발생 다음 날에도 시장은 황색선을 무시한 채 정상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부천뿐 아니라 인근 오정시장, 광명전통시장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단속이 1년에 한두 번 정도에 그치면서 안전 규정은 사실상 무력화되고 있었습니다.
모야모야병과 진술 번복
A씨는 구속 영장 심사 과정에서 "모야모야병이 심해졌다"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고 당일 "운전에 지장이 없다"고 진술한 내용과는 상반되는 모습이었습니다. 모야모야병은 뇌 혈관이 좁아지는 희귀 질환으로, 뇌졸중 위험을 높일 수 있는疾病입니다. 그러나 초기 조사와 달리 진술을 번복하면서 심신미약 주장을 준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듭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진술 변화가 사고 책임을 줄이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하지만 페달 블랙박스라는 객관적 증거 앞에서는 건강 상태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겁니다. 법원은 이미 A씨의 도주 우려를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태입니다.
기술적 대응과 인식 전환
이번 사고는 일본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습니다. 이 장치는 전후방 장애물을 감지해 급가속 시 출력을 제한하는 기능을 합니다. 일본에서는 2028년부터 모든 신차에 이 장치를 의무 장착할 예정인데요, 한국 정부는 2029년부터 승용차에 장착을 의무화하는 법령을 입법예고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기술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대전보건대 박성지 교수는 "운전자들이 급발진이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운전자 개개인의 인식 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언론의 보도 방식도 급발진 주장만을 전달하기보다 페달 오조작 가능성을 함께 알리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부천 제일시장의 비극은 단순히 한 운전자의 실수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전통시장의 안전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시장을 찾는 모든 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체계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