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송환, 그리고 도착한 '마약왕'
필리핀에서 '사탕수수밭 살인 사건'의 주범이자 '텔레그램 마약왕'으로 악명을 떨친 박왕열이 9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습니다.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그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한 PD를 향해 "넌 남자도 아냐"라고 반말을 던지는 등 거만한 태도를 드러냈는데요. 이 임시 송환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초 필리핀 마르코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직접 인도를 요청한 지 불과 3주 만에 이뤄진 결과입니다.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국내 마약 수사와 재판 후 그는 다시 필리핀으로 돌아가 남은 형기를 채워야 합니다.
교도소 안에서 피워 올린 마약 제국
박왕열의 범죄 행적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2016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투자사기 피해자 3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 60년형을 선고받았죠. 하지만 그의 범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수감 생활 중 두 차례 탈옥을 시도했고, 교도소 내에서 휴대전화를 자유롭게 사용하며 텔레그램으로 마약 유통을 지휘했습니다. 그의 조직을 통해 매달 최대 60kg, 약 300억 원 상당의 필로폰과 케타민 등이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더 충격적인 건 그가 '뉴 빌리비드' 교도소에서 돈으로 개인실과 각종 편의시설을 구매하며 호화로운 '황제 수감' 생활을 즐겼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필리핀 교도소의 허술한 관리 체계가 한몫했습니다.
이 마약 유통망에는 유명인사도 연루되어 있습니다.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가 박왕열로부터 공급받은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구속된 상태이며, 과거 '버닝썬 게이트'와의 연관성도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박왕열을 집중수사관서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이송해 휴대전화 등 디지털 증거를 분석하며 마약 조직의 실체와 범죄 수익 흐름을 추적 중입니다. 향후 구속영장 신청과 함께 공범 수사도 본격화될 전망입니다.
초국가 범죄와 국제 공조의 교훈
박왕열 사건은 범죄의 국제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그는 국내에서 1조 원대 다단계 사기 조직의 모집책으로 활동하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뒤 현지에서 살인과 마약 사업을 벌였죠. 이를 막기 위해 한국 정부는 법무부 주도의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필리핀 당국과 긴밀히 공조했습니다. 호송 과정에서도 탈옥 전력이 있는 박왕열의 특성을 고려해 기동순찰팀 호송관까지 동원해 안전을 확보했습니다.
현재 박왕열은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확정된 살인 혐의는 국내에서 재판받지 않지만, 마약 유통 혐의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특히 5년간 최소 30억 원 이상의 범죄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며, 가상자산 등을 통한 자금 세탁 여부도 수사 대상입니다. 이번 사건은 국경을 넘는 범죄자에게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국제 공조가 필수적임을 다시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수사가 마무리되면 박왕열은 필리핀으로 송환돼 남은 형기를 복역하게 되지만, 그의 거대한 마약 네트워크 전반에 대한 파헤침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