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를 지키지 못하는 아픔
승리 확률 93.7%는 결국 숫자에 불과했습니다. 지난 28일, LG 트윈스는 9회초 2점을 추가해 5-3으로 앞선 상황, 거의 손에 쥔 승리를 9회말 2실점으로 날려버리며 연장 10회 끝내기 패배를 당했습니다. 선발 라클란 웰스의 6이닝 무실점 호투도, 타선의 역전극도 모두 의미를 잃었죠. 문제는 분명했습니다. 리드를 지켜낼 마무리 투수가 없다는 사실이 가장 뼈아픈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염경엽 감독은 경기 후 “고우석이 필요할 때, 지금 돌아와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상황이 시급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번 패배는 단순한 한 경기의失利가 아닙니다. 시즌 초반부터 탄탄한 모습을 보이던 LG의 불펜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기존 마무리 유영찬이 오른쪽 팔꿈치 피로골절로 시즌 아웃된 상태에서, 후보로 거론되던 장현식과 김영우는 9회말의 위기 상황에서 제구를 잃으며 동점을 허용했습니다. 임시로 세워진 뒷문이 흔들리자, 팀 전체의 투수 운영 계획까지 차질을 빚게 된 겁니다.
LG, 두 개의 구멍을 메우는 법
LG에게 마무리 공백은 유영찬 한 명의 부상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닙니다. 선발 투수 요니 치리노스도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죠. 염경엽 감독은 이 두 구멍을 메우기 위해 명확한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선발진은 사회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김윤식이 치리노스의 자리를 메울 예정입니다. 더 시급한 마무리 문제는 두 가지 축으로 접근하고 있는데요.
하나는 현재 가용한 자원 내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입니다. 감독은 장현식과 김영우에게 일주일간의 기회를 주어 누가 더 안정적인지 가려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하나는 외부에서 해결책을 조달하는 것이죠. 염 감독은 “유영찬이 있어도 고우석은 데려오려 했다”라고 말하며,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고우석의 복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겨울에도 제의했던 만큼, 팀이 가장 어려울 때 돌아온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리그를 덮친 '마무리 수난 시대'
흥미롭게도 이 고민은 LG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KBO리그 전체가 ‘마무리 수난 시대’를 겪고 있습니다. 두산의 김택연은 어깨 염좌로 2-3주 결장하며, 당분간 이영하가 마무리 역할을 대신하게 됐습니다. 한화의 김서현은 제구 난조로 2군으로 내려간 상태고, 롯데 김원중도 부진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KT의 박영현, SSG의 조병현처럼 압도적인 구위로 뒷문을 단단히 지키는 투수가 있는 팀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죠.
이런 현상은 최근 ‘지키는 야구’가 강화되는 추세와 맞물려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한 점 차 승부가 빈번해지고, 후반기 리드 지키기가 중요해질수록 마무리 투수의 책임과 부담은 커집니다. 결국 순위 싸움은 선발진의 호투나 타선의 폭발보다, 9회를 책임지는 한 사람의 어깨 위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각 팀은 남은 시즌을 위해 당장의 뒷문 수습에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순위 경쟁이 본격화되는 여름이 다가올수록, 오늘 LG가 겪은 아픔이 다른 팀들에게도 반복되지 않도록 대비가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