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교과서에 펼쳐진 한국 이야기
심청전과 춘향전, 단군신화까지 우리가 어렸을 때 익히 들은 이야기들이 중남미 어린이들의 교과서에서 새롭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지원으로 한국 전래동화와 신화 20편이 과테말라,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 5개국 교육 자료 14종에 수록되었는데요. 단순한 오류 수정을 넘어 한국의 전통문화 자체를 현지 교육 현장에 담아낸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이번 수록은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016년부터 꾸준히 이어온 '한국바로알리기사업'의 결실입니다. 처음에는 과테말라 민간 출판사의 디지털 교과서에 박혁거세 설화가 실리는 것으로 시작했는데요. 이후 연구원은 현지 교육 관계자들을 국내로 초청해 연수를 진행하고, 세미나를 열어 정확한 한국 역사와 문화를 소개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쌓여 2020년에는 토끼와 거북이, 단군신화 등이 과테말라 초등학교 읽기 교재에 들어갔고, 중학교 자연과학 교과서 부록에는 심청전과 춘향전이 함께 실렸습니다.
마야어로 번역된 토끼와 거북이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현지 언어와 환경을 세심하게 고려한 점입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키체어, 칵치켈어, 맘어, 케치어 등 4개 마야어로 번역되어 소수언어권 학생들에게까지 전달되었는데요. 2024년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옛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전래동화 7편과 건국 신화 3편이 담긴 책이 나왔고, 콜롬비아에서는 초등 고학년용 교과서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교재에는 이야기뿐 아니라 한양과 인당수의 위치, 신라와 고구려의 역사, 지리와 문화 내용도 함께 담겨 있어 단순한 동화 읽기를 넘어 종합적인 학습이 가능합니다.
우루과이에서는 국가 디지털 도서관인 '비블리오테카 파이스'에 이 책들이 무료로 등재되어 국민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2026년에는 엘살바도르 교사용 학습 안내서에 흥부와 놀부 등 네 편의 이야기가 추가로 반영될 예정입니다.
교과서 한 권이 만드는 신뢰
물론 이런 성과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은 아닙니다. 20여 년간의 꾸준한 교류와 신뢰 쌓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교과서 한 권에 이야기가 실리는 것은 그 나라의 미래 세대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연구원 측은 앞으로도 더 다양한 한국 관련 콘텐츠를 해외 교육 현장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이를 통해 단순한 문화 전달을 넘어, 세대를 아우르는 진정한 교류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