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안전 관리가 무너진 순간
지난 7월 1일, 충남 아산시 음봉면 KTX 선로 공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이주노동자 아웅민우 씨가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해당 공사의 시공사인 SK에코플랜트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아웅 씨는 당시 홀로 작업 중이었는데요. 공공 발주 사업에서 기본으로 요구되는 2인 1조 작업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컨베이어를 멈출 수 있는 비상정지 장치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안전 수칙이 잇따라 어겨지면서 끼일 수밖에 없었던 구조가 만들어진 겁니다.
사고 발생 후 17일이 지나서야 김영식 SK에코플랜트 대표가 천안 단국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에게 공식적으로 사죄의 뜻을 전했습니다. 김 대표는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후 유족과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었습니다.
유족의 목소리가 개선안에 담기다
이번 사고 처리 과정에서 주목할 부분은 유족이 단순히 배상만 받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SK에코플랜트와의 합의 내용에는 아웅 씨의 아내가 사고 원인 조사 결과와 구체적인 개선안을 먼저 확인하고 직접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이 포함되었습니다. 이는 현장의 문제를 현장에서 일한 노동자의 가족이 직접 점검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조치로 풀이됩니다.
물론 사고를 목격한 동료들에 대한 지원도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는 트라우마 관리 비용 지원과 작업 중지 기간 임금 보전, 사업장 이전 협조 등을 사측과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동료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과 생계 문제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취지인데요. 사측은 이주노동자들이 마주하는 불안정한 고용 형태와 언어 장벽, 차별 등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는 내용도 안전작업계획에 담기로 했습니다.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를 두고
사실 이번 사고는 원청과 하청, 그리고 발주처인 국가철도공단이 얽힌 복잡한 구조 속에서 발생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고, 충남경찰청은 과실치사 혐의로 원하청 관계자들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SK에코플랜트가 내놓을 안전 대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현장 점검과 교육을 넘어 계약 구조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은 이번 사고가 보여준 가장 큰 시사점입니다. 사측의 사과와 합의가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앞으로 마련될 구체적인 재발 방지 대책과 정부의 철저한 수사 결과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