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진단에도 불구한 참사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로 7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지 9일 만에 마지막 매몰자가 수습되면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습니다. 44년 된 노후 설비 해체 작업 중 일어난 이번 사고는 6개월 전 구조진단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특히 사고 6개월 전 이루어진 구조진단이 실제 현장 작업과 어떻게 연계되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사고 당시 작업자들은 63m 높이의 보일러 타워 25m 지점에서 사전 취약화 작업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문제는 같은 발전소 내 6호기 폭파 시에는 25m 지점에서 취약화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대변인은 "25m 지점이 위험하기 때문에 취약화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는데, 이번 사고에서는 왜 같은 높이에서 작업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계획과 달라진 작업 현장
안전관리계획서에는 상부에서 하부 방향으로 철거할 것을 명시했지만, 실제로는 중간 지점인 25m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계획서에는 기둥당 28곳의 절단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발파계획서에는 40개 성형 폭약 사용이 기재되어 있어 현장에서는 더 많은 절단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도면과 현장 작업의 괴리가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습니다.
발파 하도급을 맡은 코리아카코는 올해 3월 서천화력발전소 발파 해체 과정에서도 유사한 문제를 겪은 바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가 과거 실패 경험을 보완하기 위해 오히려 더 많은 절단을 시도했을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서천화력 보일러동에 비해 1기당 화약량이 곱절 가량 많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확대되는 수사 범위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한국동서발전(발주처), HJ중공업(시공사), 코리아카코(발파업체)의 안전 관리 책임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발생 후 "국민 안전 책임자로서 송구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대통령은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엄정 처벌을 지시하면서도, 공사 기간 단축 압박이 무리한 작업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강조했습니다.
수사 당국은 이미 10명 이상의 관계자를 조사했으며, 이번 주 중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감식에서는 타워 기둥의 취약화 지점이 계획과 다르게 1m, 12m, 25m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분석할 계획입니다.
구조적 문제점과 향후 과제
한편, 보일러 타워는 건축물로 분류되지 않아 지자체의 신고나 허가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은 "발주사-도급-수급-비정규직으로 이어지는 위험 외주화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사망자 7명 중 6명이 일용직 건설노동자였던 점도 현장 안전 관리의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은 발주처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사고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시사합니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전방위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며, 사고 관련 모든 관계자를 조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엄정 처벌보다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논의의 확산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 현장의 안전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