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시간의 기적, 그리고 남겨진 폐허
베네수엘라 북부 라과이라주 카라바예다 지역에서 극적인 구조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6월 24일 발생한 연쇄 강진 이후 무려 11일이 지난 7월 5일 밤, 어린이 2명을 포함한 생존자 4명이 잔해 속에서 무사히 발견되었는데요. 통상적인 생존 마지노선인 72시간 골든타임을 네 배나 넘긴 267시간 뒤의 일이라 현지에서도 기적이라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구조대원들은 생존자들이 움직이지 않도록 당부하며 신중하게 작업을 진행했고, 이들은 응급처치 뒤 병원으로 이송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동적인 소식은 전체적인 참혹한 상황을 덮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번 지진은 수도 카라카스를 비롯한 북부 6개 주를 강타했고, 특히 해안가에 위치한 라과이라주가 집중 피해를 입었죠.
숫자로 드러나는 참혹한 현실
피해 규모는 시종일관 확대되고 있습니다. 7월 6일 기준 정부가 공식 발표한 사망자는 3,535명에 달하며, 부상자는 1만 6,740명, 집을 잃은 난민은 1만 7,854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유엔은 실종자를 최대 5만 명으로 추산했고, 시민들이 운영하는 실종자 신고 사이트에도 3만 명 이상이 등록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라과이라주에서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신 150여 구가 공동묘지에 집단 매장되는 비극까지 벌어졌습니다.
생존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면서 외국 구조대들은 대부분 철수를 마쳤거나 귀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업의 중심은 이제 생존자 구조에서 시신 수색과 잔해 정리로 옮겨가고 있는 겁니다. 현재까지 구조된 인원은 6,462명에 머물고 있으며, 추가 생존자 발견이 어려워지면서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습니다.
끝나지 않는 고통과 국제사회의 과제
재난 이후의 삶은 더욱 처절합니다. 일부 지역은 여전히 단전 상태이고, 식수와 식량 부족으로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운 이재민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생계가 막막해진 주민들은 잔해 속에서 구리와 알루미늄을 수집하며 연명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는데요. 정부의 대응을 두고는 중장비를 동원한 보여주기식 구조가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이재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습니다.
경제적 타격도 엄청납니다. 유엔개발계획은 피해액을 약 67억 달러로 추산했고, 인권단체는 재건에 GDP의 40%에 달하는 370억 달러가 필요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처럼 복구가 국가적 역량을 훨씬 넘어설 규모인 만큼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 천주교 수원교구는 베네수엘라 피해 복구를 위해 다음 달 31일까지 추가 모금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황 레오 14세 또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는데요. 기적적인 생존이 있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재난 앞에서 세계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