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이끈 4700선 돌파
국내 증시가 역사적인 고지를 기록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1월 14일 장중 사상 처음으로 4700선을 넘어섰는데요. 이는 9거래일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쾌거입니다. 상승의 중심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었습니다. 두 기업의 시가총액 합이 코스피 전체의 37.1%에 달할 정도로 반도체 업종의 비중이 커졌고, 이들의 강세가 지수를 끌어올린 겁니다. 개인 투자자들도 이 흐름에 합류하며 ‘반포(반도체 투자를 포기한) 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심리적 소외감을 드러내기도 했죠. 결국 이들은 올해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만 4조 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이제라도 올라타자’는 심정으로 집중 매수에 나섰습니다.
주가와 환율이 함께 오르는 특이한 장
흥미로운 점은 이번 상승장의 배경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이 좋으면 원화 가치가 강해져 환율(원/달러)은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데요. 최근 들어선 둘이 나란히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9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조정되면서 달러가 전반적으로 강세를 보인 것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달러 강세는 수출 기업의 실적에는 호재일 수 있지만, 동시에 원자재 수입 비용 증가 등 인플레이션 우려를 키워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데일리 한지영 연구원은 “대외 부담 요인과 환율 상승이 증시 상단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즉, 반도체 호황과 달러 강세라는 양날의 검이 동시에 작용하며 복잡한 시장 환경을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과열 신호와 집중된 ‘빚투’ 우려
기록적인 상승 이면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시장이 지나치게 반도체에만 의존한다는 점이에요. 코스피 상승을 이끄는 동력이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되어 있고, 여기에 120조 원이 넘는 대규모 신용거래(빚투) 자금이 몰려 있습니다. 신승진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좋은 주식이라도 비싸게 사면 손실을 볼 수 있다”며 분할 매수를 권고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실적 시즌에 대한 기대감으로 순환매가 이어질 수 있지만, 금리 변동이나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외부 충격이 발생하면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대규모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시장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반도체 외 다른 섹터의 성장 동력이 함께 받쳐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죠. 한화의 인적분할 소식에 주가가 25% 가까이 급등하는 등 다른 소식에도 시장이 반응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반도체의 영향력이 압도적입니다. 5,000포인트라는 ‘꿈의 고지’까지 약 277포인트(5.86%) 남은 만큼, 투자자들은 호재와 리스크를 면밀히 따져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