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속 DX부문의 민낯
삼성전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가운데, 정작 스마트폰과 가전을 담당하는 DX부문은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6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1조 5천억 원, 영업이익 89조 4천억 원이라는 경이로운 성적표의 이면에는 DX부문의 부진이라는 민낯이 숨어 있었는데요. DX부문은 매출 48조 원에 영업손실 8천억 원을 기록하며 2021년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특히 모바일경험 사업부가 7천억 원의 손실을 내며 전체 적자를 주도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반도체 초호황이 오히려 세트 사업의 원가를 급등시킨 역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모바일 AP 가격은 전년 대비 12%,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은 무려 107% 급등했고, TV용 디스플레이 매입액도 35.8%나 늘었습니다. 스마트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할 정도로 부품비 부담은 심각한 수준이었는데요. 결국 반도체 부문이 웃을 때, 세트 사업은 원가 상승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구조적 모순이 드러난 겁니다.
가격 인상은 답이 아니다
원가가 급등했음에도 이를 소비자 가격에 제때 반영하지 못한 것도 현실적인 한계였습니다. TCL과 하이센스가 프리미엄 TV 시장을, 샤오미와 비보가 신흥국 스마트폰 시장을 공격적으로 파고들면서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가격 인상은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는 지름길이 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당연히 수익성은 내리막을 탈 수밖에 없었고, DX부문은 고성장 반도체 사업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엇갈린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일부 증권사는 삼성전자 주가를 65만 원까지 전망하는 등 강한 낙관론을 펼치고 있지만, 다른 곳은 37만 원 수준의 보수적인 목표가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목표주가가 37만 원에서 65만 원까지 넓게 분포한 것은 DX부문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불확실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하반기 반등을 위한 세 가지 승부수
삼성전자는 하반기 반등을 위해 폴더블 신제품과 신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 7월 공개한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와 폴드8, 플립8 등 세 가지 폴더블 모델을 통해 역대 최다 판매를 노리고 있으며, 국내 출고가를 해외 주요국보다 낮게 책정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습니다. 사실 폴더블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개척자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지만, 애플의 첫 폴더블폰 출시가 예고된 만큼 선점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가전과 신사업 분야에서는 냉난방공조와 로봇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비스포크 AI 콤보가 누적 30만 대를 돌파하는 등 가전은 여전히 견고한 실적을 내고 있으며, 구미 로봇 데이터 팩토리 구축과 제조용 휴머노이드 상용화 준비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DX부문의 하반기 반등 여부는 갤럭시 Z8 시리즈의 초기 흥행 여부와 함께, HVAC 및 로봇 신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실적을 뒷받침할 수 있을지에 달려 있습니다. 특히 부품 원가의 추이와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가 맞물리면서 수익성 회복의 속도가 결정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