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만의 최대 감소폭
지난해 12월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4280억 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달 대비 26억 달러가 줄어든 수치다. 6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외환보유액이 7개월 만에 감소로 돌아선 것이다. 감소폭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40억 달러 감소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외환보유액은 국가의 대외 지급 능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인데, 이번 감소는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당국의 적극적 개입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환율 방어에 ‘달러 곳간’ 털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2월 1500원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보였다. 환율이 치솟자 외환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직접 달러를 매도하는 실개입에 나섰다. 국민연금과의 외환 스와프도 활용했다. 이 같은 조치가 외환보유액 감소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외환보유액 구성에서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이 82억 달러 감소한 반면, 예치금은 54억 달러 늘어났다. 달러 매도로 인해 유가증권이 줄고, 그 자금이 예치금으로 전환된 것이다. 씨티은행 분석에 따르면 실질 감소액은 4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방어탄’은 남아 있는가
외환보유액 감소가 일시적인 현상일지, 지속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미 직접투자 약정 등으로 달러 유출 가능성이 있고, 외환보유액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안정화를 위한 개입은 제한적일 것이며, 현재 외환보유액 규모는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11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세계 9위(4307억 달러)로 여전히 튼튼한 편이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은 외환시장의 ‘비상금’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리한 방어는 자칫 방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환율 변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외환당국의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