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6', 8년간 못 보고 넘긴 앱
지난 7월 14일, 고려대병원 모바일 앱 '하이패스'의 '가족등록 환자조회' 화면에서 생년월일 입력 예시로 '2014년 4월 16일 시 20140416으로 입력'이라는 문구가 표시되어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 날짜는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목숨을 잃은 세월호 참사 당일입니다. 특히 고려대안산병원이 유가족들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곳이라는 점에서 충격은 더 컸습니다.
문제는 고려대병원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동일한 플랫폼을 쓰는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상급종합병원 38곳의 앱에서 같은 문구가 일괄 노출됐던 것으로 드러났죠. 개발사인 레몬헬스케어가 2018년 소스코드에 처음 입력한 문구가 화면 개편을 거치며 약 8년 동안 검증 없이 복사·재사용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상장 직후 터진 구설수, 회사의 해명과 책임
레몬헬스케어는 지난 7월 6일 코스닥에 상장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기업입니다. 누적 다운로드 1,300만 건, 국내 상급종합병원 절반가량과 거래 관계를 맺고 있는 업계 대표주자라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파급력이 큰 만큼, 이번 논란은 단순한 문구 하나로 보기엔 무거웠습니다.
홍병진 대표는 해당 문구가 과거 작성된 것을 검증 없이 재사용한 것이라며 유가족과 국민에게 공식 사과했습니다. 동시에 모든 서비스의 화면 문구와 소스코드 내 텍스트를 전수 조사해 결과를 공개하겠다고 발표했죠. 비판이 쏟아지자 당일 안에 문구를 '2026년 7월 14일'로 교체한 것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다만 8년이라는 시간 동안 수백만 이용자가 접한 화면에서 사회적 정서를 자극하는 숫자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는 점은, 단순 실수라기보다 검수 체계 자체의 공백을 드러냅니다. 기능 정상 작동 여부만 확인하고 이용자 시선은 확인하지 않은 개발 문화가 문제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과 이후에도 남는 질문들
논란 초기 온라인에서는 '20140416'이 일부 커뮤니티에서 희생자를 조롱하는 용도로 쓰여 온 숫자라는 점이 반복적으로 거론됐습니다. 그렇기에 '개발자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회사는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고, 최초 작성자는 이미 퇴사해 직접적 확인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병원 측은 '개발사가 제공한 기본 화면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라며 책임을 플랫폼사에 돌렸고, 레몬헬스케어는 최종 책임이 대표에게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사과와 전수 조사 약속까지 나온 상태이지만, 과징금이나 인증 제재 같은 후속 조치가 이어질지, 그리고 '다음에는 정말 다를 것인가'에 대한 실증적 답이 남아 있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