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예산을 둘러싼 엇갈린 평가
이재명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이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 원에 달하면서 정치권과 금융계의 해석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올해보다 93조 원이나 늘어난 확장 재정을 두고 한쪽에서는 국가 신용도를 지키는 성장 전환으로 보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물가와 부동산 시장에 기름을 붓는 위험한 도박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예산안의 핵심 중 하나는 반도체 호황에 따른 추가 세수를 바탕으로 조성되는 162조 원 규모의 미래대응기금입니다. 정부는 이 가운데 12조 5천억 원을 신규 국채 발행 물량을 줄이는 데 쓸 계획인데요.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러한 방향이 국가 신용도에 우호적인 신호라고 평가했습니다. 추가 세수가 전부 지출되는 것이 아니라 부채 억제에 일부라도 쓰인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죠.
내년 재정수지 전망 역시 9년 만에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59조 5천억 원의 흑자가 예상되는데, 이는 2018년 이후 처음입니다. 무디스는 이 예산안을 AI 주도의 반도체 수요에 대응한 성장 지향적 전환으로 규정하며, 재정 여건 개선이 부채 부담을 상대적으로 억제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국가채무비율이 2030년에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점은 변수로 꼽았습니다.
서울시장이 꼬집은 확장 재정의 그림자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같은 확장 재정이 가진 위험성을 강하게 지적했습니다. 그는 SNS를 통해 이번 예산을 '초팽창 예산'이라 규정하며, 국가채무가 1년 만에 106조 원 증가해 1,500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세수 증가분을 빚 갚는 데 쓰지 않고 시중에 더 많은 돈을 푸는 것은 결국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죠.
오 시장은 특히 고물가와 고금리 상황에서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실제로 시중 유동성 비율과 주택 가격이 뚜렷하게 동행하는 추세를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든 것인데요. 정부가 부동산 안정을 위해 대출과 거래를 옥죄면서도 동시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붓는 정책적 모순을 짚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동성 공급은 서울 주택 시장에 불씨에 기름을 붓는 격이라는 겁니다.
재정 건전성과 성장 동력 사이
두 평가의 온도 차는 결국 재정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느냐는 문제로 귀결됩니다. 무디스는 반도체 기반의 추가 세수와 미래대응기금 운용이 신용도 관리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 시장은 확장 재정 자체가 부동산 시장과 물가를 자극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죠.
당연히 이런 논쟁은 단순히 숫자 싸움에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디스 역시 반도체 세수가 경기순환적 특성을 지닌다는 점을 언급하며, 지출이 목표를 초과하면 다시 부채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부는 성장 동력 확보와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둘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내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런 쟁점들이 어떻게 다뤄질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