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논란, 서학개미만 탓하기엔 국민연금 투자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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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수정 · 2025년 12월 1일 오전 12:52

발행: 2025년 11월 30일 오전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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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원인으로 지목된 서학개미보다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증가율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1~3분기 해외 주식 투자가 92% 증가했고, 전체 내국인 해외 투자에서 34% 비중을 차지하며 외환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한 협의체를 가동했으나, 국민연금은 상시적 환헤지에 난색을 표하는 등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규제보다 국내 투자 환경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조언한다.

불거진 환율 논란의 주인공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드는 고환율 현상이 지속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이 개인 해외 투자자들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젊은 층의 해외 주식 투자 증가를 두고 '쿨 투자'라는 표현으로 언급했고,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추가 과세 검토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서학개미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하지만 환율 상승의 책임을 서학개미에게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알고 보니 더 큰 손길, 국민연금

흥미로운 점은 올해 1~3분기 국민연금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245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증가율 74%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죠. 전체 내국인 해외 주식 투자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4%로 개인 투자자(23%)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규모는 서학개미의 1.5배에 달할 정도로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결코 작지 않습니다.

특히 지난 10~11월 두 달간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이 123억 달러에 달하며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긴 했지만, 국민연금의 꾸준한 대규모 투자 역시 환율 상승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민연금과 한국은행, 기재부, 복지부가 참여하는 '환율 안정 4자 협의체'를 구성해 해외 투자 프레임워크 재검토에 나섰습니다.

팽팽한 입장 차이와 정책 고민

국민연금은 상시적 환헤지 부활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습니다. 2015년 환헤지를 중단한 이후 자연 헤지 전략을 고수해왔는데, 장기 투자자로서 단기 환율 변동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 투자가 단기적으로 집중될 경우 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저하 등 국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입장 차이가 뚜렷한 가운데, 정부는 환헤지 ETF에 대한 세제 혜택 검토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편 서학개미들은 정부의 추가 과세 발상에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미 해외 주식 양도세를 내고 있는데 또다시 세금 부담이 가중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입니다. 더 근본적으로는 국내 주식시장의 한계와 집값 폭등 등으로 인한 자산 형성의 어려움이 해외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국내에서 믿고 투자할만한 혁신 기업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국 빅테크 주식은 안정적인 자산 증식 수단으로 자리잡은 셈입니다.

해결책을 향한 여러 시선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에 대한 규제나 패널티보다는 국내 투자 환경 개선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증권거래세 면제, 장기 보유 시 세율 인하 등 국내 주식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와 더불어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혁신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 조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일본의 사례처럼 해외 투자에서 발생하는 배당과 이자 소득이 경상수지 흑자에 기여하는 '투자대국'으로의 전환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현재의 고환율 상황은 서학개미와 국민연금의 투자 행태, 글로벌 달러 강세, 대미 투자 부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단순히 한쪽을 비난하는 것을 넘어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와 건전한 해외 투자 환경 조성이라는 근본적인 과제를 함께 고민할 때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개인과 기관 투자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작용하며 외환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동시에 이룰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