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계곡을 덮친 시속 170km의 물벽
네팔과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대규모 빙하 붕괴가 일어나면서 끔찍한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보테코시강 일대가 초토화되었고, 현재까지 사망자가 400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실종자는 1,500명을 훌씬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산비탈을 가까스로 뛰어올라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임시 대피소에서 가족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용사 부샨 타쿠르 씨는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밀려든 거대한 흙탕물을 겨우 피했지만, 많은 이들은 그런 기회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티무레 마을 주민 다와 라마 씨는 아내와 두 딸을 잃은 채 망연자실한 상태입니다. 마을 가옥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계곡 곳곳에는 최대 200m 높이까지 진흙이 차올랐던 흔적이 남았습니다.
사람의 속도를 압도한 급류
이번 참사가 이토록 치명적이었던 데에는 급류의 엄청난 속도가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당시 물과 토사가 쏟아져 내린 속도는 시속 170km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고속도로 제한 속도인 시속 110km를 훌씬 넘는 수준으로, 사람이 뛰어서 피할 수 있는 속도가 아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위험을 인지하고 대피할 시간적 여유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합니다.
한국자연재난협회 김승배 본부장은 토석류가 내려오는 방향과 반대로 뛰는 것은 속도 차이 때문에 소용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일한 대피 방법은 흐름의 직각 방향으로 빠르게 벗어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는데요. 하지만 현장 산세가 90도에 가까울 정도로 가팔라 위로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했고, 좁은 계곡 지형 때문에 물과 토사가 한꺼번에 밀려 내려오면서 피해는 더욱 커졌습니다. 더구나 사고 당시 현장에는 비가 오지 않고 있어 주민들이 갑작스러운 재난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필사적인 수색과 남은 과제
네팔군은 전날 200명에 이어 추가로 500명의 생존자를 구조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군 고위 관계자는 실종자 수색과 구조를 위해 앞으로 3~4일간 작업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둔체 마을의 임시 대피소에는 수백 명의 생존자들이 머물며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네팔과 티베트를 잇는 핵심 고속도로는 가장자리만 남은 채 붕괴되어 교통 마비가 심각합니다. 이번 참사는 기후 변화로 인한 빙하 붕괴 위험이 높은 고산 지역에서 재난 대응 체계와 주민들의 인프라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사망자와 실종자 규모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 남은 황금 시간 내에 구조 작업이 얼마나 더 이뤄질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