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희의 모스크바행, 김정은 답방 서막인가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지난 7월 18일 전용기를 타고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습니다. 약 9개월 만에 이루어진 이번 방문은 이전과 달리 실무방문에서 공식방문으로 격식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는데요. 외교가에서는 뚜렷한 기념일이나 다자회의가 없는 시점에 이루어진 움직임이라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답방을 위한 사전 조율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24년 평양 정상회담 때부터 김 위원장의 방러를 공식 요청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성사되지 않던 가운데 이루어진 외무상급 접촉은 양측이 구체적인 정상회담 로드맵을 논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황이 장기화되면서 러시아가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더욱 절실하게 여기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만남의 무게감은 예전과 다르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북중러 연대와 한미 동맹의 불협화음
최 외무상의 방러는 최근 급격해진 북중 밀착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지난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국빈 방문에 이어, 왕후닝 중국 정협 주석이 7월 중순 북한을 찾았고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을 기념하는 고위급 교류가 이어졌습니다. 당연히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과시하면서도 러시아와의 혈맹 관계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른바 북중러 3자 관계의 선순환을 강조하며 반서방 연대의 결속력을 과시하려는 전략인 것이죠.
반면 한미 동맹에서는 갈수록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쿠팡 과징금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차별 주장, 3,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 이행 속도 논란에 이어 안보 현안에서도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한국의 나토 방산 협력 강화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외교적 압박을 가했고, 한국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라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며 대비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다자외교 대신 진영 외교를 택한 북한
흥미로운 점은 최 외무상이 이번에 아세안 지역포럼 참석 대신 모스크바를 선택했다는 겁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이 필리핀에 모여 다자간 협의를 진행하는 동안, 북한은 러시아와의 양자 외교에 집중했습니다. 이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다자 외교 틀보다 러시아라는 확실한 우군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진영 외교로의 회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물론 북한이 중러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베트남이나 라오스 등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교류를 확대하며 외교적 보완재를 마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당분간 북한의 외교 핵심은 북중러 연대 강화에 맞춰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반도 안보 지형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