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미임명 사태의 마무리 수사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헌법재판관 미임명 및 졸속 지명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습니다. 이번 구형은 지난해 겨울부터 이어진 헌법재판소 공백 사태의 책임을 묻는 재판의 마무리 단계에서 나온 것인데요.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국회 추천 재판관을 고의로 임명하지 않고, 이후에는 인사 검증도 거치지 않은 채 측근 인사를 지명하는 방식으로 헌정질서를 훼손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대통령실 핵심 참모들에게도 중형이 구형됐습니다.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에게는 각각 징역 4년이, 이원모 전 공직기강비서관에게는 징역 3년이 요청됐죠. 이들은 한 전 총리의 임명·지명 과정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권한대행 시절의 두 번째 선택
사건의 발단은 2024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되면서 한 전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습니다. 국회는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했지만, 한 전 총리는 여야 합의가 없다는 이유로 임명을 미뤘습니다. 특검은 이 조치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 일했던 한 전 총리는 국가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거부한 점은 고의성이 있다는 특검의 판단으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인 지난해 4월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한 전 총리는 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의 후임으로 이완규 전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는데, 이때는 정상적인 인사 검증 절차가 생략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은 앞선 미임명과 이번 졸속 지명이 정반대의 조치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로는 헌법기관의 독립성을 해치고 국민의 주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국민 주권 침해'를 둘러싼 법적 쟁점
특검팀은 재판부에 국가 정상화가 시급했던 시기에 헌법재판관 임명을 지연시킨 것은 단순한 행정적 미룰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법적 근거 없이 국회 추천 몫의 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행위는 헌법재판소 기능을 마비시키고, 이후의 졸속 지명은 지명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겁니다. 결국 국민이 새로운 대통령을 통해 행사할 국가 권력의 선택을 왜곡하려 했다는 취지입니다.
한 전 총리는 이미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를 건의한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상태입니다. 대법원 상고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이번 재판까지 중형이 선고될 경우 그 파장은 상당할 전망입니다. 다만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는 재판부 기피신청 관련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라 이번 구형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 역시 마은혁 후보자 미임명 혐의를 받고 있어 추후 처벌 수위도 관심사로 남아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