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꺾인 흑자 기조
2026년 1분기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3조 8,989억 원의 당기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부터 이어오던 흑자 행진이 6년 만에 멈춘 건데요. 보건복지부가 2024년에 이번 적자 전환을 예측했을 정도로, 재정 압박은 예상된 시나리오였습니다.
지난해 말 30조 원이 넘던 누적 수지도 26조 3,228억 원으로 크게 줄었습니다. 수입은 22조 4,416억 원, 지출은 26조 3,405억 원으로 지출 증가 속도가 수입을 앞지르는 구조가 뚜렷해졌습니다. 특히 2023년 4조 원대 흑자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변화가 급격합니다.
소득이 있는 곳에 책임이 따른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초고소득층의 보험료 상한선을 올리는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직장가입자는 평균 보험료의 30배에서 40배로, 지역가입자는 15배에서 20배로 상한 배수를 높였는데요. 연봉 약 15억 원 이상인 상위 0.04%가 대상이며, 직장가입자의 경우 최고 월 보험료가 기존 459만 원에서 612만 원으로 인상되었습니다.
이번 조치로 연간 약 1,751억 원의 추가 재원이 확보되었고, 소득이 있는 곳에 책임이 따른다는 사회보험의 기본 원칙을 다시 세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금액이 전체 건강보험 지출의 0.2% 미만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재정적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처럼 초고소득 구간을 더 세분화해 부담 천장을 없애는 방안도 향후 검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지속 가능한 제도를 위한 과제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근본 원인은 저출산과 고령화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입니다. 보험료를 납부하는 생산연령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진료비 비중은 2030년 53%, 2050년에는 7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단순히 보험료를 더 걷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합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건 추가 재원 확보와 함께 의료 전달체계 개선, 지출 효율화라는 두 축을 모두 움직이는 겁니다. 1차 의료기관의 예방 및 관리 기능을 확대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막는 노력이 병행될 때, 건강보험은 다음 세대까지 이어갈 수 있는 사회적 약속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