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통, 누구의 것인가
8월 17일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향해 당권 주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통'을 놓고 격렬한 공방을 벌이고 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 정청래 전 대표, 송영길 의원 등 유력 주자 세 명 모두 60대 86세대 운동권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어느 진영도 '원조'라는 타이틀을 쉽게 내줄 처지가 아닙니다.
촉발제는 송영길 의원의 발언이었습니다. 송 의원은 정청래 전 대표가 2009년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할 정도로 등을 졌다고 주장했고, 정 전 대표 측이 이를 100% 허위사실이라며 정정과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이후 송 의원은 정 전 대표가 중국 체류 때문에 하루 늦게 참석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공식 사과했지만, 곧바로 정 전 대표의 한미 FTA 반대 활동까지 거론하며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이에 정청래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내 입으로 적통의 '적'자도 꺼낸 적이 없다"며 소모적 논쟁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대통령의 역사를 모두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라면서, 특정 인물의 적통 프레임에 맞장구치지 않겠다고 못 박았습니다. 친청계 한민수·최민희 의원도 송 의원을 향해 "퇴행적인 전당대회 만들지 말라"고 비판하며 팩트에 기반한 논쟁을 요구했습니다.
유시민 '재건축론'이 끌어낸 노선 갈등
논쟁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재명 정부의 성격까지 확장됐습니다. 유시민 작가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재건축'에 비유하며 '증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대통령실의 홍익표 정무수석비서관은 도시 재개발론으로 맞대응했고, 고민정 의원까지 가세하며 친명·친문 진영의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송영길 의원은 이를 주도권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일축했고, 정진욱 의원은 "대통령은 특정 정파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면서 특정 프레임으로 가두는 시도를 오만하다고 규정했습니다.
집권당의 현실적 과제
분노와 반발이 오가는 과정에서 적통 논쟁은 당내 지지 결집을 위한 정쟁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습니다. 사설 매체들도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집권 세력이 과거사 논쟁에 매몰된 모습이 볼썽사납다"며 86세대 퇴장론을 자극할 행태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쟁점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친정청래계는 보완수사권 처리 과정에서 김민석 총리가 당을 흔들었다며 책임론을 제기했고, 박지원 의원은 김 총리가 32세에 당선된 점을 들어 '진정한 적통'이라고 맞받았습니다. 모든 주자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지상과제에는 공감한다는 점은 위안거리지만, 적통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노선 경쟁이 8·17까지 얼마나 격화될지가 변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