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21대 대통령 선거 당시 전국 58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한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일부 투표소는 필요한 용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무번호 투표용지까지 배부되는 등 심각한 혼란이 빚어졌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선관위 내부에 TF가 꾸려졌고, 6월 3일 기준으로 9건의 주요 사례를 담은 보고서까지 작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이 조직 내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결국 21대 대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내부 기억에서 지워진 채 넘어갔고,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도 공연이 됐습니다.
알지 못한 채 인쇄량을 줄인 개선 TF
문제는 이 정보 공백이 6월 3일 지방선거의 재앙으로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선관위가 설치한 공직선거절차사무 개선 TF는 과거 사례를 분석해 제도를 보완하고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하는 조직이었습니다. 그러나 개선 TF는 21대 대선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오히려 예산 낭비를 줄이겠다며 투표용지 인쇄 하한선을 선거인 수의 50%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과거 사고를 알았다면 결코 내릴 수 없었던 결정이었죠. 이로 인해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재발했고, 전국적으로 큰 혼란이 발생했습니다. 선관위 내부의 정보 소통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비극입니다.
합수본이 주목하는 의도적 은폐 의혹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이러한 정황을 의도적 은폐 가능성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합수본은 21대 대선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실을 고의로 숨겼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이르면 다음 주부터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자치구 선관위 사무국장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입니다. 또한 대검찰청에서 파견받은 수사관 7명을 인사·예산 전담팀에 배치하여 선관위 직원들의 외유성 해외 출장 의혹 등 방만한 예산 운용 실태도 동시에 조사하고 있습니다. 선거 관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할 선관위가 오히려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된 셈입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선관위 조직 운영 전반에 대한 질문도 커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