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위기, 금융권 줄줄이 휘청
JTBC가 지난 6월 12일 206억 원 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며 디폴트를 선언한 뒤, 중앙그룹의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습니다. 이후 중앙홀딩스, JTBC, 콘텐트리중앙, 메가박스중앙 등 5개 계열사가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했고, 중앙일보 역시 220억 원 기업어음 부도 뒤 워크아웃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위기의 핵심 배경에는 미디어 업홀 악화와 무리한 스포츠 중계권 투자가 꼽힙니다. 특히 2032년까지 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확보에만 7천억 원 이상을 쏟아부었는데, 지상파 재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해 유동성 압박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입니다.
은행권의 상처도 적지 않습니다. 하나은행은 중앙그룹 관련 여신 가운데 3천억 원 이상이 부실 위험에 노출됐고,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순이자마진(NIM)이 하락했습니다. 당시 하나은행의 관련 지표는 123.48%에 그쳐 경쟁사에 크게 뒤처졌습니다.
물론 은행 전체로 보면 그리 심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은행권의 총 대출 익스포저는 5,750억 원 수준이고, JTBC 사옥 등 부동산 담보 비중이 높아 추가 대손비용은 950억 원 내외로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됩니다.
부실 채권에 몰린 '한탕 심리'
흥미로운 건 채권 시장의 반응입니다. JTBC가 디폴트를 선언하고 신용등급이 D로 추락했음에도, 제이티비씨42 채권 거래량은 오히려 15배나 폭증했습니다. 하루에만 액면가 기준 64억 원 넘게 거래됐는데, 가격 급락 뒤 반등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공격적 매수세가 유입된 결과입니다.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고위험 자산 선호 성향이 뚜렷해졌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개인의 A등급 이하 채권 보유 비중은 2022년 말 17%에서 2024년 말 41%로 급증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거래가 안전한 건 아닙니다. 증권사 MTS에서는 디폴트 사실이 제대로 노출되지 않고 높은 표면금리만 강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초보 투자자들이 부도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매수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하면
이번 중앙그룹 사태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가늠하려면 과거 사례를 보면 됩니다. 동양그룹의 단기채 남발, 레고랜드 사태의 지자체 보증 불이행, STX조선해양과 한진해운의 업황 부진 도미노 등 세 가지 유형이 대표적입니다.
중앙그룹의 총부채는 약 2조 8천억 원에 달하지만, 은행권의 부동산 담보가 버팀목이 되어 시스템 전체의 신용 경색으로 번질 가능성은 낮습니다. 다만 증권사와 BBB급 비우량 회사채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SLL이 티빙 지분을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회사 측은 확정된 사항이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중앙그룹이 법원 주도의 회생 절차를 통해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지, 그리고 금융권과 채권 투자자들이 얼마만큼의 손실을 감수하게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