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피격, 한국 선박이 아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해외 언론이 한국 장금상선 소유의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피격됐다고 보도하면서 한때 국내에서 우려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선박이 라이베리아 국적이며 한국인 선원도 탑승하지 않았다고 공식적으로 정정했습니다. 사실 이 배는 우리 국적선도, 국내 해운업 등록 이력도 없는 선박입니다.
피격된 '세네갈 프로스퍼리티'호는 현지 시각 1일 0시경 오만 카사브 동쪽 17해리 해상에서 정체불명의 발사체 3발을 맞았습니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가 접수한 신고에 따르면 다행히 인명 피해나 환경 오염은 보고되지 않았는데요. 문제는 사건 직후 해당 선박이 한국 기업 소유라는 오해가 불거졌다는 점입니다. 당시 호르무즈 해협 일대의 통신 상황이 원활하지 않아 정보 확인이 지연됐고, 이 틈을 타 부정확한 보도가 나왔던 겁니다.
미국과 이란 충돌 속 고조되는 긴장
이번 피격은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무력 공방을 벌이던 극도로 긴박한 상황 속에서 발생했습니다. 미 중부사령부가 이란을 상대로 군사공격을 재개하자 이란 혁명수비대는 요르단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해 즉각 보복에 나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사일 파편이 시리아와 이란 국경 인근 민가로 떨어져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4명이 숨지고 50명 이상이 다치는 참사가 이어졌습니다.
이란은 지난달 호르무즈 해협 통항 규정 위반 선박 45척의 블랙리스트를 공개하며 강력하게 경고한 바 있습니다. 벌금 부과나 화물 압류를 예고한 상태인데요, 이번에 피격된 '세네갈 프로스퍼리티'호도 이미 이란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바로 이 점이 한국 기업이 연루됐다는 초기 보도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 요인입니다.
장금상선의 딜레마와 이해관계
장금상선 측은 해당 선박을 선주로부터 빌린 뒤 다른 회사에 재용선한 선박이라고 해양수산부에 설명했습니다. 다만 실제 소유나 운용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의 답변을 내놓지 않아 여전히 불투명한 부분이 남아있습니다. 정부는 한국인 선원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지만, 기업의 복잡한 선박 임대 구조가 이번 오보를 키운 측면이 있습니다.
한편 장금상선은 최근 유조선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태순 회장의 아들인 정가현 부회장은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직전 약 70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의 유조선 선단을 구축했고, 이를 호르무즈 해협에 배치해 저장고로 임대하며 이익을 챙겼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 7월 장금상선의 수익액을 최대 1억 2천만 달러로 추산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고위험 해역에서의 사업 확장은 단기적으로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지만, 정치적 리스크와 안전 문제를 동시에 안고 가는 구조입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최대 요충지입니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해상으로 번지면서 민간 선박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고, 한국 기업의 이름이 엉겁결에 언급되는 일도 생기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 선원의 안전과 한국 계열 선박에 대한 정확한 정보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