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마사지'라 쓰고 조직적 접대라 읽는다
대한축구협회가 15년 전 외국인 심판 접대 의혹으로 크게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011년 3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국내에서 열린 월드컵과 올림픽 예선, 평가전 등에 참가한 외국인 심판 10여 명에게 안마시술소 접대가 제공된 사실이 드러났는데요. 특히 협회 법인카드로 비용을 결제한 뒤, 초기에는 '식사 접대' 등으로 허위 정산하다가 나중에는 아예 '심판 마사지'라는 명목으로 부회장까지 결재를 받은 정황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접대가 실무자부터 임원까지 이어진 결재 라인을 거쳤다는 점에서, 단순 개인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 비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행위는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이미 적발된 사안입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내렸고, 협회 인사위원회 역시 징계 없이 관련자들을 업무에 복귀시켰습니다. 이후 협회는 클린카드 제도를 도입하며 제도 개선을 주장했지만, 과거의 비위가 제대로 처벌되지 않은 채 덮어두어왔다는 비판은 계속되어 왔습니다.
무혐의로 끝난 감사, 왜 다시 파헤쳐졌나
최근 이 사건이 재조명된 데는 정치권의 역할이 컸습니다. 진선미 의원실이 2016년 문체부 조사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면서 구체적인 접대 내역과 결재 과정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와 맞물려 경찰은 대한축구협회 천안 사무실과 서울 축구회관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이며 강제 수사에 나섰습니다. 협회는 문체부의 중징계 요구에 불복해 법적 공방을 이어오던 터라, 이번 수사는 과거의 조직적 비위와 제도적 미흡함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 파문은 협회를 둘러싼 여러 논란과 겹치며 파급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홍명보 감독의 국가대표팀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공정성 문제, 그리고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까지 더해지며 국민적 불신은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문체부와 국회를 중심으로 협회 운영 전반에 대한 쇄신 요구가 거세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가 이미지 훼손과 남은 과제
이번 사건의 여파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일본과 영국 등 주요 외신들이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한류로 쌓아 올린 국가 이미지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를 비롯한 여론은 전 세계 축구팬을 향한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촉구하고 있는데요. 과거 관행이었다는 내부 증언까지 나오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제기됐던 심판 매수설까지 재점화되는 형국입니다.
물론 접대가 확인된 경기에서 한국 팀이 패배하지 않았다는 점이 알려지며, 경기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객관적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축구가 국제 경기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판정을 받는다면 이번 논란이 되살아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딜레마에 빠진 셈입니다. 협회가 진상 규명과 함께 근본적인 투명성 확보에 나서지 않는다면, 이번 위기는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