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거리에서 펼쳐진 경제 외교
이재명 대통령의 프랑스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한국과 프랑스가 산업과 문화를 아우르는 전략적 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시의적절성을 두고 여야 간 시각차가 드러나며 뜨거운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양국은 단순한 의례적 교류를 넘어 실질적인 경제 파트너십을 구축했습니다. 특히 영화와 영상산업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는데요. 이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투자협력 이니셔티브' 이른바 '뤼미에르 파트너십'을 공동 선포했습니다. 2027년부터 5년간 양국이 각각 5억 유로씩 총 10억 유로를 영상산업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것입니다. 이 자리에는 이창동·정주리 감독과 설경구·전도연 배우 등 한국의 주요 창작자들이 함께하며 K-콘텐츠의 국제적 위상을 과시했습니다.
공급망과 통상을 잇는 실무 협력
산업과 통상 분야에서도 협력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경제재정부 장관은 장관급 협의채널인 '한-프 전략산업대화'를 신설하고, 산업정책과 공급망·경제안보 등 분야별 실무 작업반을 설치하기로 했습니다. 당연히 우리 기업의 현장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는데요. 김 장관은 한국산 전기차가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프랑스의 보조금 제도 개선을 요청했고, EU 산업가속화법과 관련해 역내국과 동등한 대우를 당부했습니다. 또한 KOTRA와 비즈니스 프랑스 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글로벌 산업가스 기업 에어리퀴드의 대규모 투자 확대 방안도 논의했습니다.
외교 성과 너머의 시기 논란
반대로 이번 방문을 두고 정치권의 비판은 거셌습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이 샤갈의 거리에 있을 때인가"라며 직접적인 문제 제기를 했습니다. 네팔 홍수로 실종된 우리 국민 구조가 11일째 소식이 없는 가운데, 호르무즈 파병 문제와 85주 연속 상승 중인 서울 집값, 그리고 개각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의혹 등 산적한 국내 현안이 너무 많다는 겁니다. 사실 대통령의 외교 활동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분명하지만, 위중한 국내 상황과 외교 일정의 우선순위를 어떻게 조율할 것인지는 늘 민감한 과제입니다.
물론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경제 외교의 일환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이번 프랑스 방문에서 마련된 문화와 산업 분야의 구체적 협력 틀은 향후 양국 관계를 견고하게 만드는 자산이 될 것입니다. 다만 국민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민생과 직결된 현안들이 동시에 쌓여 있는 상황에서, 외교 성과와 국내 대응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에 대한 정치적 검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