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발견된 실종자들...그리고 허위 종결 의혹
제주에서 실종 신고를 접수한 뒤 허위로 종결 처리한 혐의를 받는 부 경장이 구속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담당 경찰관은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 씨와 7월 실종된 60대 남성의 사건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종결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이후 두 사람 모두 시신으로 발견되어 유족들의 슬픔은 물론 경찰에 대한 불신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구속된 부 경장은 피의자 심문에서도 실종자와 직접 연락했다고 주장했지만, 휴대전화 통화 기록에서는 관련 내역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생사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서류상으로만 사건을 마무리한 셈인데요. 경찰은 이 부 경장이 근무한 실종팀에서 처리한 사건 298건 전체를 들여다보는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벌써 연락이 두절된 실종자가 최소 3명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수사는 확대될 전망입니다.
야자수밭과 의문의 지문, 드러나는 기강 해이
장미란 씨의 시신은 숙소에서 10분 거리의 외진 농로 옆 야자수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인터뷰에서 장 씨가 평소 해당 지역을 지날 때마다 무섭다고 말해왔다고 밝혔는데요. 게다가 카나리아야자나무의 빽빽한 밀도와 날카로운 가시 때문에 스스로 목을 매기에는 지형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제주 현지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은 부검 결과 외상이 없어 자살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네티즌들은 경찰 발표를 쉽게 믿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중심에 선 부 경장에게는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여자화장실에 침입한 혐의를 받는데, 조사 과정에서 화장실 천장과 용변 칸 위쪽 등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곳에서 의문의 지문과 손바닥 흔적이 다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단순 화장실 이용이 아니라는 의심을 살 만한 정황인데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실종 수사를 외면하는 조직, 바꿔야 할 것들
이번 사태는 제주경찰청 지휘부를 대기발령으로 묶는 등 조직 전체의 충격으로 번졌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한두 명의 부패한 경찰관에 그치지 않습니다. 실종 수사 부서는 과도한 업무량과 책임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아 경찰들이 기피하는 조직으로 꼽혀 왔습니다. 연간 7만여 건의 성인 실종 신고 중 99%가 단순 가출로 처리되는 현실에서 초동 수사가 소홀해지기 쉬운 구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상급자의 결재 없이 담당자가 임의로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시스템 역시 구조적 허술함으로 지적됩니다. 실종 신고가 강력범죄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강 해이를 넘어선 문제입니다. 일각에서는 수사권 조정 이후의 경찰 체계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도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건 실종자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초동 대응 시스템을 다시 세우는 일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