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에 갈라진 수도권 부동산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나흘째,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뚜렷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시·구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로 3중 규제를 받게 되면서 시장 전체가 관망세에 접어들었는데요. 하지만 규제에서 제외된 동탄과 남양주 등에서는 오히려 매수 문의가 급증하며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동탄에서는 규제 시행 직후 국민평형 아파트가 7천만 원이나 상승하는 등 역주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산업단지 조성과 GTX 개통 호재가 맞물리면서 선호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규제 대상에서 빠지자 매도자들의 매물 기피 현상까지 동반되고 있습니다.
반면 규제 대상에 포함된 수원 장안구와 팔달구에서는 상황이 사뭇 다릅니다. 2021년 가격보다도 오르지 않은 아파트 단지에서도 거래 문의가 끊기다시피 하며 시장이 얼어붙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은 "집값 떨어졌는데 규제라니"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데요. 이처럼 동일한 규제 정책이 지역별로 전혀 다른 반응을 보이면서 시장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실수요자 보호와 규제의 줄다리기
정부는 강력한 규제 속에서도 실수요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해서는 규제지역 내에서도 LTV를 기존과 동일하게 70%로 유지하기로 한 결정입니다. 일반 차주의 LTV가 70%에서 40%로 줄어드는 것과 대비되는 조치인데요. DTI 역시 생애 최초 구매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번 조치는 젊은층과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책성 대출인 디딤돌 대출과 보금자리론도 생애최초 및 실수요자 기준을 충족할 경우 기존 조건이 유지됩니다. 다만 서민·실수요자(부부합산 연 소득 9000만원 이하, 주택가격 8억원 이하, 무주택세대주)의 경우 규제지역 내 LTV가 70%에서 60%로 축소되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오피스텔·상가 등 비주택 담보대출 LTV는 70%로 유지됩니다. 초기 정부 발표와 달리 새로 지정된 토허구역에는 비주택이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시장의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후속 조치로 풀이됩니다.
형평성 논란과 확대된 규제 범위
이번 규제에서 가장 주목받은 부분은 아파트 단지 내 연립·다세대 주택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점입니다. 용산구 한남더힐을 비롯해 성동구 서울숲푸르지오, 광진구 광장힐스테이트 등 16개 단지, 총 739가구가 추가로 토지거래허가 대상이 되었는데요. 기존에는 아파트만 규제 대상이었던 것이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번 조치로 아파트와 함께 단지로 묶인 연립·다세대도 포함하여 일관성을 확보했습니다.
의왕시의회에서는 남의왕 지역이 규제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채훈·박현호 의원은 "가격 상승이 멈춘 남의왕 지역까지 포함한 불합리한 연좌제식 규제"라고 비판하며, 구체적인 선정 근거 공개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치권의 반응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30여명은 규탄 대회를 열고 이번 대책을 '부동산 계엄'으로 규정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장동혁 대표는 "중산층 진입 자체가 막혔다"며 부동산 대책 TF를 구성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시장의 학습 효과와 규제의 한계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신중한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시장의 '학습 효과'와 '내성'을 언급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어려움을 지적했습니다. 과거의 규제들이 효과를 보지 못하면서 시장은 규제에 익숙해졌고, 새로운 규제에도 쉽게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시장에서 나타나는 풍선효과는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하고 있는 듯합니다. 동탄 지역 중개사들에게 벌써 전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신한금융그룹 부동산전문위원은 노·도·강 등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지역에서도 거래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초강력 규제로 시장은 전반적인 관망세에 돌아섰지만, 규제에 대한 시장의 불안 심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남은 과제와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
이번 부동산 대책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규제가 의도한 대로 시장 안정을 가져올지, 아니면 새로운 왜곡을 초래할지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 보호 장치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풍선효과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번 대책을 '중국식 토허제'라고 비판하며, 민주당의 정책이 '현금 부자'에게만 유리하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치적 논란은 규제 정책의 실효성 평가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시장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의 효과와 함께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규제 강화보다는 주택 공급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