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0달러와 함께 찾아온 물가 경고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P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5.4% 상승하며 전문가 전망치를 웃돌았는데요. 특히 5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한번 자극했습니다.
이번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은 에너지 가격 급등입니다.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격화하면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디젤유 가격은 전월 대비 24.1%나 폭등했습니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만큼,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한 경계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뉴욕증시는 삼중고에 직면했습니다. 3대 지수는 모두 하락 출발했고,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935%까지 치솟으며 2023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국채 바이백 규모에 대한 실망감과 정치적 발언까지 겹치면서 시장의 불안 심리는 더욱 짙어졌습니다.
연준의 고민 깊어지는 이유
물가 지표만 보면 연준의 금리 인상이 점써지는 듯하지만, 사정은 조금 복잡합니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대비 4.6% 상승에 그쳤고, 근원 CPI 역시 완만한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에너지 가격이 밀어 올리는 헤드라인 물가와 둔화하는 근원 물가 사이에서 연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노동시장이 예상보다 견고한 모습을 보이면서 긴축 정책의 여지가 생겼습니다. 최근 발표된 고용 지표는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한풀 꺾이면서, 연준은 물가 억제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대로 연준 내부에서도 의견은 갈리고 있습니다. 케빈 워시 의장은 인플레이션 개선 흐름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신중론을 펼고 있지만,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2% 목표로의 진전이 계속된다면 금리 동결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근원 CPI가 0.20%를 밑돌아야 인상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시장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나
투자자들의 시선은 11일에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15일부터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쏠려 있습니다. CPI 결과에 따라 9월 금리 인상 확률이 크게 출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반영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당분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전투가 11월 중간선거 이후에나 종료될 수 있다고 언급했고, 원유 공급 제약이 올해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유가 불안과 함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업종별로는 기초소비재와 헬스케어만 상승했고, 나머지 업종은 대부분 하락했습니다. 유럽 증시 역시 일제히 내리며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장은 한마디로 인플레이션과 금리,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야 하는 어려운 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